김두겸 울산시장은 “시민이 잘 먹고 잘살게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위해 친기업 정책을 펴야 한다면 얼마든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시 제공
김두겸 울산시장은 “시민이 잘 먹고 잘살게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위해 친기업 정책을 펴야 한다면 얼마든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시 제공
“인구가 늘고 시민이 행복할 수 있다면 울산 영업사원 1호로서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김두겸 울산시장이 취임 1년차 때인 지난 3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김 시장은 이로부터 7개월여 지나 취임 2년차에 접어든 20일 다시 한경과 한 인터뷰에서도 이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저는 취임할 때 시민에게 약속한 것이 있습니다. 떠났던 인구가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일자리를 만들고, 그린벨트 풀어서 기업 공장 부지난과 주거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습니다.”

김 시장은 “오로지 기업을 많이 유치해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시민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우선 시정”이라며 “울산을 다시 울산답게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취임한 지 1년4개월여 지났는데, 15조원 이상의 투자 유치 성과를 이뤘습니다.

“취임 당시, 울산은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이어서 ‘일자리 창출’이 가장 시급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파격적 기업 지원을 통한 ‘투자 유치 활성화’에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 에쓰오일 9조2000억원, 현대차 2조원, 고려아연 2조원 등 굵직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5조5121억원을 유치했고, 6207명에 이르는 양질의 고용을 창출했습니다.”
김두겸 울산시장 "한 달에 1조원씩 기업투자 유치,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전임 시장 4년간 투자 유치 실적이 15조2982억원인데, 이보다 훨씬 많습니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기업들이 이렇게 많은 투자를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한 달에 1조원씩 투자를 한 것이니,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과감한 규제 개혁으로 ‘기업 하기 좋은 여건’을 조성하고, 민간 주도의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이를 관련 업계나 소상공인으로 확산하는 ‘경제 선순환 생태계’ 조성에 적극 나선 결과라고 봅니다. 울산이 2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을 받으면서 관련 기업의 투자도 더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2030년까지 기업투자 11조원, 생산유발 22조원, 고용창출 7만454명의 거대 경제효과가 새로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공무원들을 기업 현장에 보낸 것이 투자 유치에 큰 효과를 낸 것 같습니다.

“현대차는 지난해 7월 세계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해 2조3000억원을 투자하는 ‘전기차 신공장 건설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 사업은 현대차 울산공장 내 주행시험장으로 사용되던 울산 북구 명촌동 94 일원 55만㎡ 부지에 연면적 33만㎡의 규모로 새로운 공장을 짓는 것입니다. 개발이 완료된 노후 국가산업단지에 대규모로 재투자하는 사실상 국내 첫 사례인데, 기존 시설 철거·이설 및 대체 시설 건축, 진입도로 개설, 국·공유지 점용·사용 협의 등 복잡한 공정계획 수행을 위한 난제가 많아 인허가 기간이 최소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울산시는 지난해 9월 전담공무원을 현장에 파견해 각종 인허가 업무 등 행정지원에 나서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신공장 건축허가까지 모든 업무를 약 10개월 만에 처리했습니다. 과감한 행정 지원이 더 많은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 내고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린벨트 해제 등 ‘김두겸표 지방자치 자립방안’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울산 국가산업단지 주변에는 그린벨트 말고 빈 땅이 전혀 없습니다. 현대차 전기차 공장도 기존 주행시험장을 뜯어내고 그 자리에 짓는 상황이니 말입니다. 이런 특수성을 강조하며 정부와 정치권에 그린벨트 해제를 꾸준히 건의했고, 다른 지자체도 공감하며 제도 개선에 참여해 준 덕분에 지난 7월부터 지방의 그린벨트 해제 권한 면적이 확대되고, 연담화 방지 기준이 완화됐습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조건 없는 그린벨트 해제’입니다. 아직 남아 있는 국토교통부 사전협의 의무화나 국토 환경평가 등급 기준 조정 등을 위한 개선 방향을 정부와 지속 논의하겠습니다.”

▷전기 생산자가 기존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시민과 기업 등 수요자에 전기를 공급하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지난 6월 국회를 통과한 것도 지방시대를 열어가는 중요 성과 중 하나입니다. 공장 지을 새로운 땅을 확보하고 분산에너지활성화법에 따라 차등 전기요금제를 도입하면 벌이 꽃을 찾아들 듯, 기업이 몰려들 것입니다. 전기 사용량이 많은 반도체, 2차전지, 데이터센터 등은 미래 유망 분야이자 선호 직종입니다. 다른 지역보다 저렴한 전기를 공급하며 이런 미래형 기업들을 유치하면 인구 유출, 지방소멸도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김두겸 울산시장 "한 달에 1조원씩 기업투자 유치,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올해 1조원에 이르는 보통교부세를 확보했습니다.

“울산은 대한민국 경제성장을 견인하며 도시 규모가 비슷한 광주 대전의 2배 이상인 매년 11조원 이상의 국세를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에서 지원받는 보통교부세는 다른 광역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역차별을 받아 온 것입니다. 정당한 대우를 받기 위해 보통교부세 산정방식 조정을 거듭 요구했고, 그것이 받아들여져 올해 9960억원에 이르는 보통교부세를 받은 것입니다. 이는 역대 최대금액으로, 1년 전 6100억원보다 63.3%, 민선 7기 때(평균 4750억원)보다 2배 이상 많습니다. 누가 시장이 되더라도 해마다 4000억원씩 더 받으니까 정말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에 너무 무게중심이 간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지방이 제대로 성장하고, 유지되려면 가장 필요한 것이 일자리이고,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가 기업입니다.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기업 투자를 지원하고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규제 개혁 등의 혁신과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린벨트 해제, 분산에너지활성화법 제정 등도 모두 과감한 도전과 혁신의 결과입니다. 울산 재도약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투자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에 더 집중하면서 ‘기업도시 울산’의 정체성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기업도시 울산’ 건설을 위해 내년에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습니까.

“대규모 투자사업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도록 전 주기 맞춤형 행정 지원을 이어나갈 것입니다. 투자 전, 투자 중, 투자 후로 나눠서 투자 전에는 입지 물색과 인허가 지원, 투자 중에는 기업별 전담 매니저 지정, 투자 후에는 시와 유관기관의 기업지원사업과 연계 추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지정받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2차전지)’ ‘첨단투자지구(전기차)’에 관련 기업을 집중 유치하고,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각종 세제 혜택을 주는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통해 반도체, 2차전지, 수소 등 미래산업을 육성하겠습니다.”

▷아쉬움이 남는 사업이 있나요.

“전격 철회를 결정한 ‘250억원짜리 기업인 조형물 설치’ 사업은 오늘날 대한민국을 있게 한 기업인을 예우하고 동시에 해당 기업의 투자를 유인하려는 목적이었는데, 의도치 않게 정치 쟁점화돼버려 안타깝습니다. 사업이 진행됐다면 파리 에펠탑이나 경부고속도로처럼 초기 반대와 달리 성공적인 사업으로 남았을 것입니다. 정치의 근본은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가지기 어렵다’는 뜻의 무항산무항심(無恒産無恒心)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이 잘 먹고 잘살게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위해 친기업 정책을 펴야 한다면 얼마든지 할 것입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믿음 아래 앞으로도 앉아서 쉬지 않고 서서 달리는 시장이 되겠습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