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권 아스트라자산운용 부사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
김영권 아스트라자산운용 부사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
최근 국내 증시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금리 장기화 우려 등 악재가 겹치면서 파랗게 질리고 있다. 코스피는 2400선 아래로 주저 앉았고 코스닥은 8개월 만에 790선이 무너졌다.

김영권 아스트라자산운용 부사장은 28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증시가 지난해 약세에서 벗어나 성장업종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다 9월부터 다시 조정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4분기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로 조정이 예상되나 내년은 지난해 긴축 지속에 따른 약세 이후 피봇 기대감 속에 신성장 산업이 성장 모멘텀으로 작용하며 차별적 상승을 보일 것"이라며 "미·중 패권 전쟁, 공급망의 재편 등이 한국 주요 성장산업에 대한 위협과 투자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증시 예측 너무 의존 말아야…중장기로 성장할 기업 찾아라"


김 부사장은 1세대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1990년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삼성증권 주식운용팀장, 인피니티투자자문 부사장 등을 거쳐 2020년 10월부터 아스트라자산운용 부사장으로 근무 중이다.

2018년 문을 연 아스트라자산운용은 주식, 대체투자 등 다양한 투자운용에서 성과를 추구하고 있다. 올해 M코퍼레이션의 지분 참여로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투자펀드 운용으로 도약을 추진 중이다. 현재 수탁고는 500억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증시 환경을 읽고 예측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너무 의존하지는 말라고 조언했다. 대신 산업, 메가 트렌드의 변화,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 등에 대해 항상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식 투자가 승산이 있는 이유는 일주일의 유가, 환율, 금리를 맞추기는 힘들지만 산업과 기업을 공부하면 6개월, 1년 후의 주가가 상승할지 하락할지를 맞출 수 있는 확률은 매우 높기 때문"이라며 "단기 시황 예측에 과대 의존하지 말고 경제 흐름을 매크로 판단으로 간략하게 대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성장에 대한 우려가 발생하거나 시장 지위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가치를 다 반영해 주가가 너무 오른 종목은 포트폴리오에 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입기-성장기 -성숙기-쇠퇴기'라는 큰 산업 사이클상 성숙기에 접어든 이후부터는 멀티플 변화의 변동폭이 굉장히 낮다"며 "이런 주식은 투자 매력도 낮아졌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투자 우선순위에서 제외하고 항상 새로운 성장 산업에서 투자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시장 국면별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 리스크가 큰 장세일 때는 방어적 대응을, 성장주 중심의 강세장일 때는 성장주 중심으로 대응하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 증시는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수출경제 상관계수가 크기 때문에 경기민감 제조업 비중이 높다는 특성이 있다"며 "변화무쌍한 신성장 산업에 대한 빠른 대응력 때문에 성장주 주가 흐름에도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실적·성장 모멘텀 보유한 섹터 주목…반도체·바이오헬스케어 유망

김영권 아스트라자산운용 부사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
김영권 아스트라자산운용 부사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
그는 눈여겨 봐야 할 섹터로 실적과 성장 모멘텀을 보유한 곳에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및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바이오·헬스케어 등 한국 특유의 성장산업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라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와 소부장 섹터는 빼놓을 수 없는 우리나라의 핵심 성장 및 수출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감산 효과로 디램(DRAM) 및 낸드(NAND) 스팟 가격이 18개월만에 반등했다"며 "더블데이트레이트(DDR)5,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제품 수요 확대, 9월 수출 반도체 회복세 등으로 반도체 및 소부장 산업의 고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바이오·헬스케어의 경우 올 4분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가치 업사이드를 보유한 항암, 당뇨, 비만 신약개발 등 긍정적인 모멘텀이 많다. 김 부사장은 "최근 항암, 당뇨, 비만치료제 등이 전세계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어 우리나라의 관련 신약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회사들이 앞으로 주도업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글로벌 업티어(up-tier) 예상 의료장비와 성공 가능성이 높은 인공지능(AI) 의료 기업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부사장은 지금까지 긴 시간 투자업계에 몸담고 있는 동안 가장 위기의 순간으로 '매크로 변수들이 영향을 미치는 하락기 장세'가 가장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그는 "2008년, 2016년, 2022년처럼 탐방과 분석을 통해 회사를 잘 알고 펀더멘탈에 자신있는 포트폴리오일수록 매크로에 의한 하락 장세에 대해 시장 위험을 과소 평가해 하락을 제대로 피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며 "항상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할 때 내 생각이 시장에서 뒷북치는 것인지, 남과 다른 프론티어(선구자) 같은 생각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김 부사장은 투자자들에게 현재 포트폴리오를 모두 현금화했다면 지금의 포트폴리오 다시 똑같이 구성할것인가를 매일 반문하고 되새겨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포트폴리오를 계속 한 번 구축하면 수익이 날 때까지 기다리는 소극적 대응보다는 계속 공부하고 분석 평가하는 노력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