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거리에서 어린이들이 국내 최대 프랜차이즈의 탕후루를 먹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서울 시내 거리에서 어린이들이 국내 최대 프랜차이즈의 탕후루를 먹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중국 간식 탕후루가 젊은 층 사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 가운데, 탕후루를 전문으로 하는 프랜차이즈 대표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기까지 이르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왕가탕후루 등을 운영하는 달콤나라앨리스 정철훈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하고 "고열량·저영양 식품 섭취 증가로 인한 청소년의 설탕 과소비 문제를 따져 묻겠다"고 밝혔다. 25일 보건복지위 소속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정 대표를 향해 "탕후루는 설탕을 '후루룩' 마신다고 해서 탕후루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에 나섰다.

탕후루는 주로 딸기, 귤, 포도, 파인애플 등 과일을 꼬치에 꽂은 뒤 시럽처럼 끓인 설탕을 묻혀 만든다. 탕후루 1개에 들어가는 설탕 시럽이 상당하다는 만큼, 혈당을 올리고 내열을 증가시켜 비만과 면역력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 한창 치아구조가 발달하고 갖춰져 갈 초등생들의 치아 및 턱관절 손상에도 무리가 갈 수 있으며, 당도가 높아 중성지방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서울 강남의 한 '왕가탕후루' 매장에서 줄 서서 탕후루를 사 먹는 사람들의 모습. /사진=김세린 기자
서울 강남의 한 '왕가탕후루' 매장에서 줄 서서 탕후루를 사 먹는 사람들의 모습. /사진=김세린 기자
특히 보건복지위가 왕가탕후루 대표를 국감장에 부른 데는 '국내 최대 탕후루 프랜차이즈점'이기 때문이라는 배경이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이달 왕가탕후루 매장 수는 420여개로 확인됐다. 2020년 16개였던 매장은 2021년 11개, 지난해 43개였지만, 탕후루의 인기에 힘입어 올해 들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강 의원은 "많은 청소년으로부터,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성장했으면 거기에 준하게 사회적 책임도 다 해야 한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탕후루가 건강을 위협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탕후루 꼬치 등이 우후죽순 길거리에 버려지며 시민들과 주변 상권에 피해가 간다는 점도 지적하고 나섰다. 탕후루 가게 인근에서 영업 중인 일부 자영업자들은 탕후루를 반기지 않는다는 취지의 '노(No) 탕후루존(Zone)'을 내세우며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탕후루 꼬치가 위험하게 꽂힌 채 길거리에 버려진 모습(왼쪽), 가게 앞이 아닌 주택가 쓰레기함 위에 꼬치가 놓인 모습 (오른쪽) /사진=김세린 기자
탕후루 꼬치가 위험하게 꽂힌 채 길거리에 버려진 모습(왼쪽), 가게 앞이 아닌 주택가 쓰레기함 위에 꼬치가 놓인 모습 (오른쪽) /사진=김세린 기자
지난 24일 아프니까 사장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탕후루 가게 근처 쓰레기 때문에 미치겠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한 자영업자는 "(탕후루 가게와 위치가) 한 블록 정도 차이가 나는데 탕후루 가게 근처는 사장님께서 어느 정도 정리하시더라"면서도 "(우리 가게 주변에) 하루에 10개 정도, 탕후루 꼬치와 (탕후루가 담기는) 작은 종이컵이 길가에 버려진다. (탕후루 가게 측에) 말하기도 애매해서 그냥 보이는 대로 치우고 있는데 슬슬 볼 때마다 짜증이 난다"고 토로했다.

탕후루 가게 옆에 아이들을 상대로 다른 매장을 운영한다는 업주도 "혹시 아이들이 찐득한 탕후루 설탕물 등을 발에 묻혀 들어오거나, (우리 매장 내) 포장되지 않은 인형 등을 손으로 만질까 걱정된다"며 "(탕후루 관련 쓰레기를) 청소하는 방법이나 아이들을 통제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고 털어놨다. 이에 다른 이들도 "'탕후루 들고 입장 금지'를 써놔야 할 것 같다", "'노탕후루존'이 생기는 이유를 알겠다. 신경 많이 쓰이겠다" "우리 가게도 탕후루 금지다. 한번 왔다 가면 난리 난다" 등 반응을 보이며 공감했다.
한 탕후루 전문점 밖에 비치된 '쓰레기 투기 금지' 관련 안내문. /사진='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처
한 탕후루 전문점 밖에 비치된 '쓰레기 투기 금지' 관련 안내문. /사진='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처
이 상황에서 한 탕후루 점주는 주변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항변하며 자신의 가게 앞에 게시한 안내문을 공개했다. 안내문에는 "탕후루를 맛있게 드신 후 꼬치·종이컵을 바닥이나 다른 매장에 버려서 다른 점주들이 너무 힘들어한다"며 "다른 매장에 피해가 안 가게 꼭 우리 매장 쓰레기통에 버려달라. 매너 있는 '탕후루인'이 되자"고 당부하는 내용이 담겼다.

탕후루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키워드 분석사이트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온라인상에서 언급된 탕후루 관련 부정 단어 키워드는 1010건이었으나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총 3614건이 언급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한 달 사이 3배가량 증가했다. 다수 언급된 부정 키워드로는 '좋지 않다', '실패', '망한다' 등이 있었다. 또한 지난달 9월 4주차에 언급된 '탕후루' 단어는 1만1389건이었으나, 이달 들어 그 횟수가 점점 줄더니 10월 3주차에 들어서는 6906건으로 2배 가까이 줄었다.
서울 시내의 한 상인이 판매하고 있는 탕후루의 모습. /사진=뉴스1
서울 시내의 한 상인이 판매하고 있는 탕후루의 모습. /사진=뉴스1
탕후루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는 것과 관련, 정 대표는 이날 국감장에서 "가장 신선한 설탕을 제공하려 하고 있고, 설탕 함유량의 경우에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지정한 당 함유량을 초과하지 않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대안을) 개발하고 있다"라며 "향후 당 문제, 쓰레기 문제 등에 있어 점차 발전해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탕후루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탕후루를 판매하는) 점주들의 순수한 마음이 왜곡될까 두렵다"며 "(탕후루를 먹고 싶어도) 탕후루를 먹지 못하는 학생들을 보면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이제 그런 학생들에게도 탕후루를 나눠주면 좋은 (탕후루)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위 소속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국정 감사 취지와 관련, 한경닷컴에 "탕후루는 어린애들도 많이 좋아하고 하지만 거기에 대해서 안 좋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고 하다 보니 문제없이 잘 가보자는 것이지, '탕후루를 없애자', '탕후루만 문제다' 그런 의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