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할렘에 퍼진 조수미의 아리랑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 씨가 24일(현지) 미국 뉴욕 할렘가의 한 고등학교를 찾아 무료 콘서트를 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 이후 아시아 증오범죄가 늘어난 가운데 다양성의 가치를 알리고 싶다는 취지로 기획된 자리다. 조 씨가 찾은 학교는 맨해튼 북부 할렘가에 위치한 데모크라시 프렙 할렘 고등학교로, 대부분 학생이 흑인 또는 라틴계로 구성됐다.

조 씨는 학교 강당의 작은 무대에서 아돌프 아담의 오페라 ‘르 토레아도르’의 곡 ‘아, 어머니께 말씀드리죠’와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의 ‘나는 밤새 춤 출 수 있어요’ 등을 불렀다.

특히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모든 산을 올라가 보아요’(Climb every mountain)를 부를 때 관객들의 호응이 커졌다. 조 씨는 이날 공연이 끝난 뒤 “‘꿈을 찾기 위해 세상의 모든 산을 전부 올라가 보라’는 가사를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연의 절정은 마지막 곡 ‘아리랑’을 부를 때였다. 반주자가 잠시 무대를 내려간 것을 모른 채 공연을 진행하려 한 학생 사회자들이 당황하자, 조 씨가 직접 피아노로 아리랑의 반주를 시작했다. 관객들은 조 씨의 반주에 맞춰 아리랑을 함께 불렀다. 이날 공연이 끝나자 학생들은 한국말로 “사랑해요”라고 환호성을 지르며 기립 박수를 보냈다. 또 조 씨와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무대로 몰려들기도 했다.

2005년 뉴욕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이 학교는 전교생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 프로그램을 필수 교육과정으로 제공하고 있다. 설립자인 세스 앤드류가 한국에서 원어민 교사 생활을 한 뒤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도입한 곳이다. 졸업반 가운데 30~40명을 선발해 매년 한국으로 여행을 오기도 한다.

이날 공연에서도 한복과 한글이 쓰인 티셔츠를 입은 학생들이 행사를 진행했다. 지역 정치인들과 한인 등 행사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며 자리를 안내하기도 했다.

조 씨는 “음악으로 모든 것을 초월하고 함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싶었다”며 “나이와 관계없이 학생들과 감정적인 공감대를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연에 앞서 조 씨는 전날 주유엔 한국대표부 주최로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린 한국전 정전 70주년을 기념 콘서트에 출연해 유엔 회원국 외교단을 대상으로 한국전 참전 의미를 기리는 무대에 섰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