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예산 삭감에 강력 반발…기초·광역의원 이어 국회의원도 가세
전북 정치인들의 '삭발 정치학'…결기 표출 vs 구시대적
전북 국회의원들과 기초·광역의원들이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대폭 삭감에 반발해 잇따라 '삭발 투쟁'에 나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25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전북도의회는 새만금 예산 삭감을 규탄하며 지난달 5일 도의원 14명을 시작으로 현재 남녀 의원 23명이 머리카락을 밀었다.

전체 도의원 39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59%가 삭발한 셈이다.

이는 정부가 새만금 기반 시설 조성사업의 부처 반영액 6천626억원 중 78%인 5천147억원을 삭감하고 기본계획을 다시 짜려는 데 따른 항의 차원이다.

지난달 7일에는 도내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8명이 국회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삭발했다.

이어 12일에는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 등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추가 삭발에 가세했다.

또 당일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인 이덕춘 변호사는 '새만금 예산 빼먹기' 발언을 한 국민의힘 송언석 국회의원을 규탄하는 삭발을 하고 "전북도민의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전주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전북 정치인들의 '삭발 정치학'…결기 표출 vs 구시대적
정읍시의원 8명도 지난달 15일 제287회 임시회를 마친 뒤 삭발을 단행했다.

이들은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인 새만금 SOC 사업 예산이 무려 78%나 삭감됐다"라며 "이런 일방적인 예산 삭감은 전북을 희생양 삼은 보복성 예산폭력"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에 대한 전북 책임론 공세를 중단하고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와 새만금 국책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삭발은 정치인의 결기를 보여주려는 강력한 수단으로 지지층 결집, 내부 단속 등 다양한 메시지로 활용돼 왔다.

투쟁의 절박함을 도민에게 호소하는 차원도 있다.

이러한 잇단 삭발 투쟁에 대해 전북 도내에서는 '결기'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대세를 이루지만, 구시대적 정치 문화라는 냉소적인 평가도 나온다.

실제 지난 24일 전북도청 국정감사장을 찾은 한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삭발은 구시대적인 표현 방식"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삭발 투쟁의 성공 여부는 당사자들의 절박함에 얼마나 공감해주느냐에 따라 달렸다.

이에 대해 전북도의회 관계자는 "의원들이 삭발한다고 당장 가시적인 효과가 없고 새만금 예산이 전액 복원되지 않겠지만 도민과 호흡하는 의원으로서 그런 부당함을 알리고자 집단삭발을 할 수밖에 없다"고 당위성을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