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트럼프' 공화강경파 20명 '비토권력'에 美 하원 파행 장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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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 '치킨게임' 양상…셧다운 위기 등 정치적 비용은 '국민몫'
공화 강경파들 뒤엔 트럼프, 트럼프 뒤엔 '마가 공화당원' 포진 미국 하원이 초유의 의장 해임 사태 이후 만 3주 동안 후임 의장을 뽑지 못한 채 파행하면서 미국의 대의정치가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당내 내분 속에 자기 당 의원에게 의장 의사봉을 쥐어주지 못하는 기이한 상황이 20여일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임시 의장은 의장 선출 과정 관리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미국 주류의 법 해석이어서 의장의 정식 선출이 계속 늦어지는 것은 곧 하원의 정상적인 가동이 중단된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일반적인 의안처리는 물론이거니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우크라이나·이스라엘 군사지원, 국경 통제 강화, 중국 견제 등에 쓰기 위해 신청한 1천50억 달러(약 141조원)대의 '안보 예산안' 처리와, 정부 임시예산안의 종료 시점인 11월 중순 이후에 적용할 본예산 협상 전망도 오리무중이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는 공화당 초강경파 의원 모임인 프리덤코커스 멤버들을 중심으로 하는 20여명의 강력한 '비토 권력'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하원 의석은 공화당 221명, 민주당 212명으로 9석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공화당 의원 5명만 '반기'를 들어도 민주당의 협조가 없으면 의안을 처리할 수 없게 돼 있다.
이런 박빙의 구도에서 공화당 강경파 20여 명이 단결하면 어떤 사안을 주도적으로 통과시키진 못해도, 부결시키는 데는 충분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하원의장 해임과 그 이후 3명의 공화당 하원의장 후보가 차례로 낙마한 과정을 살펴보면 이들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하원 공화당 내 친트럼프 강경파의 '돌격대장' 격인 맷 게이츠 의원(플로리다)이 발의한 케빈 매카시 의장 해임안은 하원 전체회의에서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가결됐다.
매카시를 몰아내는 데 뜻을 모은 공화당 초강경파 의원 8명이 미국 역사상 첫 하원의장 해임을 이끌었던 것이다.
공화당 내분도 문제였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경쟁 정당 출신 의장 해임안에 당론으로 찬성하면서 공화당 소수 강경파에 정치적 승리를 안겨 준 형국이 됐다.
초당적인 타협의 정치, 협치가 실종된 미국 의회 정치의 현주소를 보여준 단면이었다.
당내 경선 과정을 거쳐 매카시의 후임자 후보로 처음 선출된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와, 3번째 후보로 선출된 톰 에머 하원 원내 수석부대표는 '본선'격인 하원 전체회의 투표까지 가보지도 못한 채 사퇴했는데 이 역시 초강경파들의 정치적 전리품이었다.
공화당내 다수 의원이 지지하는 후보라도 여야 박빙 의석구도에서 20여 명이 막아서면 의사봉의 '주인'이 되는데 필요한 과반수(현 217표)를 확보할 길이 없기에 두 후보는 사퇴할 수 밖에 없었다.
연방하원 9선인 스컬리스와 4선인 에머는 쫓겨난 케빈 매카시 의장 체제하에서 하원 공화당의 2인자와 3인자를 역임하며 당내 정치적 기반을 쌓아 왔지만 강경파들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런가하면 이들 강경파는 프리덤코커스 창립 멤버로서 자신들 진영에 속한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을 2번째 하원의장 후보로 내세우며 비토 권력을 넘어 일종의 '권력 창출'을 시도했지만 한계를 절감했다.
하원 본회의에서 진행된 1∼3차 표결에서 조던에 대한 반대표가 줄어들기는 커녕 20→22→25표로 늘어나면서 조던 후보 역시 낙마한 것이다.
'꼬리가 머리를 흔들듯' 미국 하원 전체를 대혼돈 상태로 만들고 있는 공화당 초강경파 20여 명에 대해 일부 미국 매체들은 사실상 '제3당'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하고 있다.
또 매카시 전 의장 해임 이후 후임 하원의장 선출 과정에 공화당 일부 의원들이 보여준 행동은 지극히 상식적이지 않았다.
당내 경선을 통해 하원의장 후보를 선출했으면 비록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아니더라도 본회의에서는 당 소속 의원으로서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후보에게 표를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많은 미국인들은 생각했겠지만 이들의 행동은 그렇지 않았다.
당내 경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는 모습은 그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다.
공화당 초강경파 배후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중평이다.
에머 수석부대표가 24일 하원의장 후보로 뽑히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전적으로 공화당 유권자들에 닿지 못하는" 인물, "세계화 지지자인 말로만 공화당원" 등의 표현으로 폄훼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에머의 하원의장 도전에 대한 반감을 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오후 한 측근 인사에게 "그(에머)는 끝났다.
내가 그를 끝장냈다(I killed him)"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몇분 후 에머는 공식적으로 하원의장직 포기를 선언했다고 폴리티코는 소개했다.
일찌감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주 측근들에게 자신이 에머 의원의 하원의장직 도전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트럼프는 에머 의원이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2021년 1월 6일 의회 난입 사태때 자신을 비판한데 대해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배후에는 그를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공화당원'들이 가진 표의 힘이 자리하고 있다.
2년마다 치열한 당내 경선을 거쳐 하원의원 선거를 치러야 하는 공화당 소속 하원 의원들로서는 고도로 결집된 '마가 공화당원'의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막후에서 하원 공화당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날 에머 후보와 마지막까지 경합한 마이크 존슨(루이지애나) 의원 등이 하원의장에 계속 도전할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초강경파들의 '비토권'을 넘어설 후보가 조기에 나올지는 미지수다.
앞으로 하원 공화당에서는 20여명의 초강경파들과 그외 절대 다수의 의원들이 하원의장 자리를 놓고 '치킨게임'을 벌이는 양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 사이 미국의 우크라이나 및 이스라엘 지원 예산의 처리가 지연되고, 본예산안 처리 지연에 따라 연방 정부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위기에 빠지는 등의 정치적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공화 강경파들 뒤엔 트럼프, 트럼프 뒤엔 '마가 공화당원' 포진 미국 하원이 초유의 의장 해임 사태 이후 만 3주 동안 후임 의장을 뽑지 못한 채 파행하면서 미국의 대의정치가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당내 내분 속에 자기 당 의원에게 의장 의사봉을 쥐어주지 못하는 기이한 상황이 20여일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임시 의장은 의장 선출 과정 관리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미국 주류의 법 해석이어서 의장의 정식 선출이 계속 늦어지는 것은 곧 하원의 정상적인 가동이 중단된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일반적인 의안처리는 물론이거니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우크라이나·이스라엘 군사지원, 국경 통제 강화, 중국 견제 등에 쓰기 위해 신청한 1천50억 달러(약 141조원)대의 '안보 예산안' 처리와, 정부 임시예산안의 종료 시점인 11월 중순 이후에 적용할 본예산 협상 전망도 오리무중이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는 공화당 초강경파 의원 모임인 프리덤코커스 멤버들을 중심으로 하는 20여명의 강력한 '비토 권력'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하원 의석은 공화당 221명, 민주당 212명으로 9석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공화당 의원 5명만 '반기'를 들어도 민주당의 협조가 없으면 의안을 처리할 수 없게 돼 있다.
이런 박빙의 구도에서 공화당 강경파 20여 명이 단결하면 어떤 사안을 주도적으로 통과시키진 못해도, 부결시키는 데는 충분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하원의장 해임과 그 이후 3명의 공화당 하원의장 후보가 차례로 낙마한 과정을 살펴보면 이들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하원 공화당 내 친트럼프 강경파의 '돌격대장' 격인 맷 게이츠 의원(플로리다)이 발의한 케빈 매카시 의장 해임안은 하원 전체회의에서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가결됐다.
매카시를 몰아내는 데 뜻을 모은 공화당 초강경파 의원 8명이 미국 역사상 첫 하원의장 해임을 이끌었던 것이다.
공화당 내분도 문제였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경쟁 정당 출신 의장 해임안에 당론으로 찬성하면서 공화당 소수 강경파에 정치적 승리를 안겨 준 형국이 됐다.
초당적인 타협의 정치, 협치가 실종된 미국 의회 정치의 현주소를 보여준 단면이었다.
당내 경선 과정을 거쳐 매카시의 후임자 후보로 처음 선출된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와, 3번째 후보로 선출된 톰 에머 하원 원내 수석부대표는 '본선'격인 하원 전체회의 투표까지 가보지도 못한 채 사퇴했는데 이 역시 초강경파들의 정치적 전리품이었다.
공화당내 다수 의원이 지지하는 후보라도 여야 박빙 의석구도에서 20여 명이 막아서면 의사봉의 '주인'이 되는데 필요한 과반수(현 217표)를 확보할 길이 없기에 두 후보는 사퇴할 수 밖에 없었다.
연방하원 9선인 스컬리스와 4선인 에머는 쫓겨난 케빈 매카시 의장 체제하에서 하원 공화당의 2인자와 3인자를 역임하며 당내 정치적 기반을 쌓아 왔지만 강경파들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런가하면 이들 강경파는 프리덤코커스 창립 멤버로서 자신들 진영에 속한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을 2번째 하원의장 후보로 내세우며 비토 권력을 넘어 일종의 '권력 창출'을 시도했지만 한계를 절감했다.
하원 본회의에서 진행된 1∼3차 표결에서 조던에 대한 반대표가 줄어들기는 커녕 20→22→25표로 늘어나면서 조던 후보 역시 낙마한 것이다.
'꼬리가 머리를 흔들듯' 미국 하원 전체를 대혼돈 상태로 만들고 있는 공화당 초강경파 20여 명에 대해 일부 미국 매체들은 사실상 '제3당'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하고 있다.
또 매카시 전 의장 해임 이후 후임 하원의장 선출 과정에 공화당 일부 의원들이 보여준 행동은 지극히 상식적이지 않았다.
당내 경선을 통해 하원의장 후보를 선출했으면 비록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아니더라도 본회의에서는 당 소속 의원으로서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후보에게 표를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많은 미국인들은 생각했겠지만 이들의 행동은 그렇지 않았다.
당내 경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는 모습은 그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다.
공화당 초강경파 배후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중평이다.
에머 수석부대표가 24일 하원의장 후보로 뽑히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전적으로 공화당 유권자들에 닿지 못하는" 인물, "세계화 지지자인 말로만 공화당원" 등의 표현으로 폄훼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에머의 하원의장 도전에 대한 반감을 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오후 한 측근 인사에게 "그(에머)는 끝났다.
내가 그를 끝장냈다(I killed him)"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몇분 후 에머는 공식적으로 하원의장직 포기를 선언했다고 폴리티코는 소개했다.
일찌감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주 측근들에게 자신이 에머 의원의 하원의장직 도전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트럼프는 에머 의원이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2021년 1월 6일 의회 난입 사태때 자신을 비판한데 대해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배후에는 그를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공화당원'들이 가진 표의 힘이 자리하고 있다.
2년마다 치열한 당내 경선을 거쳐 하원의원 선거를 치러야 하는 공화당 소속 하원 의원들로서는 고도로 결집된 '마가 공화당원'의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막후에서 하원 공화당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날 에머 후보와 마지막까지 경합한 마이크 존슨(루이지애나) 의원 등이 하원의장에 계속 도전할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초강경파들의 '비토권'을 넘어설 후보가 조기에 나올지는 미지수다.
앞으로 하원 공화당에서는 20여명의 초강경파들과 그외 절대 다수의 의원들이 하원의장 자리를 놓고 '치킨게임'을 벌이는 양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 사이 미국의 우크라이나 및 이스라엘 지원 예산의 처리가 지연되고, 본예산안 처리 지연에 따라 연방 정부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위기에 빠지는 등의 정치적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