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영향으로 모기지 상환 비용이 월세보다 52% 많아
'내집 마련의 꿈' 멀어지는 미국…주택 구매조건 27년만에 최악
미국에서도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는 것이 27년 만에 가장 힘들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미국의 통화 긴축정책으로 상승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탓에 주택 구매 희망자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부동산 정보업체 CBRE에 따르면 매달 나눠 내야 하는 신규 모기지 상환비용은 평균 아파트 월세보다 52%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CBRE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6년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는 것이 WSJ의 설명이다.

미국은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부동산 시장이 충격을 받고, 이후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모기지 상환비용이 월세보다 약 12% 낮은 상황이 이어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는 모기지 상환비용과 월세는 일반적으로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됐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면서 이 같은 상황이 급변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연 5.25∼5.50%다.

모기지 금리는 미국의 기준 금리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지만, 기준금리와 밀접하게 관련된 10년물 국채의 영향을 받는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5%대를 돌파했고, 미국 주택 구매자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대출상품인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8% 선까지 뛰어올랐다.

이는 모기지 금리가 3.0% 미만이었던 2년 전에 비해 세 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금리 인상과 함께 주택 가격 상승도 모기지 상환 부담을 늘린 요인으로 꼽힌다.

부동산 중개업체인 레드핀에 따르면 지난 8월 미국 전역의 주택 가격 총액은 46조8천억 달러(약 6경3천226조 원)에 달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은 현재 미국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8%에 달하는 모기지 금리에 실수요자가 부담을 느끼면서 주택에 대한 수요는 줄었지만, 공급은 오히려 더 큰 폭으로 줄어 가격이 올랐다는 것이다.

주택 공급이 감소한 이유는 기존 주택을 팔고 새 주택을 구하려던 1주택 소유자들이 집을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주택 가격 상승은 월세를 자극할 수 있지만, 임대시장의 공급은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월세 상승 폭도 모기지 상환에 비해서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