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유' 사우디와 수소경제 등 새판짜기…네옴시티 협력 명문화
이·팔 사태 인도적 지원 협력은 이례적…대통령실 "사우디측 신뢰 보여줘"
尹-빈살만, 건설·에너지 넘어 방산·안보까지 협력 광폭확대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24일(현지시간) 채택한 공동성명은 양국이 건설·국방·방산·에너지·문화·관광 등 전 분야에 가까운 범위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1980년 최규하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이후 43년 만에 채택된 역대 두 번째 공동성명으로 양국의 실질 협력 의지가 곳곳에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항은 총 44개로 구성됐다.

2019년 공동 언론발표문이 19개 조항, 1980년 공동성명이 12개 조항이었던 것과 비교해 가장 포괄적인 협력을 담은 문서다.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은 현지 브리핑에서 "과거 8차례 정상급 교류가 있었지만 (1980년을 제외하고) 공동선언은 채택되지 않았다"며 "성명 문안은 균형이 잘 잡혀있고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해서도 우리 입장이 충실하게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경제 분야에서 양측은 과거 건설·인프라 등 전통적 분야 협력과 더불어 탈탄소, 친환경 건설, 재생에너지 등 '포스트 오일' 분야로 협력을 확대했다.

양측이 "수소경제, 스마트시티, 미래형 교통수단, 스타트업 등 공통 관심 분야를 중심으로 상호 투자 확대를 적극 모색해나가자"고 합의한 조항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태양 에너지·풍력 에너지 등 재생 에너지, 사우디가 특히 공을 들이는 청정수소 수출에서도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막대한 '오일 머니'를 토대로 '탈석유 시대'를 준비하는 사우디와 손을 잡고 '중동 2.0 시대'의 새판을 짜겠다는 한국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지금 우리 경제가 직면한 복합 위기 역시 새로운 '중동 붐'을 통해 그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양측은 "건설·인프라 분야 협력이 그간 양국의 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해온 매우 상징적 협력 분야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며 네옴시티, 홍해 개발 등 사우디의 5대 기가 프로젝트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전체 5천억 달러 규모인 네옴시티는 한국 기업들도 250억 달러 사업의 입찰에 참여하고 있어 관련 협력을 공식 문서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尹-빈살만, 건설·에너지 넘어 방산·안보까지 협력 광폭확대
국방·방산·대테러 협력을 강화키로 한 점도 눈에 띈다.

대공 방어체계, 화력 무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대규모 방산 협력 논의가 막바지 단계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대통령실의 설명과 맞닿는 대목이다.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이자 아랍권의 큰 형님 격인 사우디로부터 '방산 잭팟'을 터뜨린다면, 우리 방산 수출 시장 외연이 확장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사우디에 민감한 국제 현안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 예멘 문제를 비롯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북핵 대응에 대한 내용도 들어갔다.

양측은 이·팔 사태에 대해서는 "고통받고 있는 민간인들에게 신속하고 즉각적으로 인도적 지원을 하기 위해 국제 사회와 함께 협력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이·팔 사태 등 중동지역 현안이 성명에 포함된 것은 사우디 측으로서는 이례적인 일로 평가되고 있다"며 "한국에 대한 사우디 측의 신뢰를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한국의 위상을 인정한다는 의미라고도 해석했다.

양측은 이외에도 ▲ 서울-리야드, 남양주-타이프 등 지방 도시 간 교류 협력 확대 적극 지원 ▲ 교통·운수·관광 협력 ▲ 대학교 등 교육 협력 강화 ▲ 외교관·관용 사증 면제 등 문화·관광 분야 협력도 증진키로 했다.

尹-빈살만, 건설·에너지 넘어 방산·안보까지 협력 광폭확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