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물 속 걷는 것 같다" 참전군인들이 겪은 하마스 지하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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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방향 감각 모두 마비"…하마스, 입구에 숨어있다 납치 시도하기도
2001년 첫 터널 공격 이후 20년간 더 크고 깊어져…총 길이 250∼500㎞ 관측
전기·무전시스템 구비…"이스라엘군, 로봇 먼저 보내 내부구조 파악할 수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지상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하마스가 가자지구 전역에 만들어 놓은 지하 터널이 지상전의 최대 변수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다른 지역의 터널보다 광범위하고 복잡한 구조로 악명이 나 있는 하마스의 지하 터널을 경험해 본 참전군인과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군이 터널에 직접 들어가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3일(현지 시간) 미국 NBC 방송에 따르면 많은 군사 전문가들은 하마스가 파 놓은 광범위한 지하 터널은 군인들에게 '악몽'과도 같으며 군인을 직접 터널 안으로 보내기 전에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하전 전문가인 다프네 리치몬드 바락 이스라엘 라이히만 대학 조교수는 "터널에 일단 들어가면 방향과 시간에 대한 모든 감각이 빠르게 사라진다"며 "터널에 군인을 직접 투입하는 것은 인질을 데려와야 하는 경우 등 최후의 수단으로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좁고 구불구불한 가자지구 지하터널 내부에는 산소가 부족해 군인들은 직접 가져간 산소 마스크나 방독면 등에 의존해야 한다.
어두운 터널 안에서는 야간투시경도 작동하지 않으며 군인들 간의 의사소통도 거의 불가능하다.
이스라엘군이 자랑하는 최첨단 군사 무기들도 지하 터널 안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기 마련이다.
2019∼2021년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당국에서 미국의 안보 협력을 진행했던 마크 슈워츠 미군 퇴역 중장은 가자지구의 지하 터널을 두고 "마치 물 속을 걷는 것과 같다"고 묘사했다.
가자 지역에서 사람들이 밀수 등의 목적으로 땅굴을 파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부터지만, 하마스가 이곳의 지하 터널을 이용해 처음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은 2001년 9·11 테러가 일어난 지 몇 주 뒤의 일이다.
최근에는 가자지구 지하 터널은 주민이 아닌 하마스의 전유물로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여러 군사 전문가의 말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자 지역의 토양은 땅을 파거나 지하 터널을 만들기에 적합한 소재로, 하마스는 시간이 지나며 널빤지나 금속 제들보, 시멘트 등을 이용해 터널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군은 2004년 지하 터널 진입과 파괴를 위한 특수 부대 '사무르'(Samur)를 편성하고 2014년에는 터널을 없애기 위해 가자지구 전체에서 대규모 작전을 벌이는 등 하마스의 지하 터널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하마스는 가자지구를 점령한 2005년부터 터널 개발에 더욱 매진하면서 현재 지하 터널은 2014년보다 더 길고 넓고 깊어졌을 거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체 지하 터널의 길이를 약 250∼500km(150∼300 마일) 정도라고 추측하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정확하지 않다.
이스라엘 전략연구소인 베긴-사다트 전략연구센터(BESA)의 국방 연구원 이도 헥트에 따르면 하마스는 대원들을 일부러 밖이 보이지 않는 차에 태워 도착 장소가 어딘지 모르는 채로 데려가 몇일 동안 지하에서 터널을 파도록 하는 식으로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지하 작전 특수 부대 '사무르' 출신인 이스라엘군 아치야 클라인은 하마스의 지하 터널이 시간이 지날수록 진화하고 있다며 최근 발견된 터널에는 전기와 무전 시스템까지 갖춰진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하 터널 입구마다 하마스가 설치해 놓은 부비트랩과 이스라엘 군인을 납치하기 위해 입구에 숨어있을 수 있는 하마스 대원의 존재도 이스라엘군에는 큰 위험 요소다.
2014년 가자지구 지상전에서 싸웠던 이스라엘 군인 벤지 샌더스는 이날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우리는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군대의 대포와 탱크, 헬리콥터의 엄호를 받은 채로 진입했지만, 가장 위험한 것은 처음 진입하는 그 순간"이라며 "하마스는 우리가 오는 것을 알고 있고 폭탄이 설치돼 있다"고 말했다.
낙하산부대원으로 전투에 참여했던 벤은 납치에 대한 공포가 컸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그의 부대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지하 터널 출입구에서 하마스 대원 한 무리가 나타나 이스라엘 군인들을 끌고 가려고 하며 총격전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당시 벤이 총격전을 벌인 곳에서 멀지 않은 지역에서 실제로 하마스가 이스라엘 부대원을 공격해 2명을 사살하고 한 명을 납치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번 가자지구 지상전이 시작되면 이스라엘 군은 우선 먼저 작은 로봇 등을 지하 터널 안으로 들여보내 내부 구조를 파악한 뒤 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리치몬드 바락 교수는 "이스라엘은 터널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핵심적인 부분들을 파괴해야 할 것"이라며 "민간인의 피해는 최소화하는 동시에 터널의 기반 시설을 모두 없애야 한다.
이는 매우 어려운 과제지만 더 이상 선택지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전투에서 승리하더라도 터널을 전부 없애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시각도 있다.
조엘 로스킨 이스라엘군 예비역 소령은 NBC에 터널은 언제든 부활할 수 있다며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으로) 터널을 없앤다기보다는 그 일부에 손상을 입히는 것에 가깝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01년 첫 터널 공격 이후 20년간 더 크고 깊어져…총 길이 250∼500㎞ 관측
전기·무전시스템 구비…"이스라엘군, 로봇 먼저 보내 내부구조 파악할 수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지상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하마스가 가자지구 전역에 만들어 놓은 지하 터널이 지상전의 최대 변수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다른 지역의 터널보다 광범위하고 복잡한 구조로 악명이 나 있는 하마스의 지하 터널을 경험해 본 참전군인과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군이 터널에 직접 들어가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3일(현지 시간) 미국 NBC 방송에 따르면 많은 군사 전문가들은 하마스가 파 놓은 광범위한 지하 터널은 군인들에게 '악몽'과도 같으며 군인을 직접 터널 안으로 보내기 전에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하전 전문가인 다프네 리치몬드 바락 이스라엘 라이히만 대학 조교수는 "터널에 일단 들어가면 방향과 시간에 대한 모든 감각이 빠르게 사라진다"며 "터널에 군인을 직접 투입하는 것은 인질을 데려와야 하는 경우 등 최후의 수단으로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좁고 구불구불한 가자지구 지하터널 내부에는 산소가 부족해 군인들은 직접 가져간 산소 마스크나 방독면 등에 의존해야 한다.
어두운 터널 안에서는 야간투시경도 작동하지 않으며 군인들 간의 의사소통도 거의 불가능하다.
이스라엘군이 자랑하는 최첨단 군사 무기들도 지하 터널 안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기 마련이다.
2019∼2021년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당국에서 미국의 안보 협력을 진행했던 마크 슈워츠 미군 퇴역 중장은 가자지구의 지하 터널을 두고 "마치 물 속을 걷는 것과 같다"고 묘사했다.
가자 지역에서 사람들이 밀수 등의 목적으로 땅굴을 파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부터지만, 하마스가 이곳의 지하 터널을 이용해 처음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은 2001년 9·11 테러가 일어난 지 몇 주 뒤의 일이다.
최근에는 가자지구 지하 터널은 주민이 아닌 하마스의 전유물로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여러 군사 전문가의 말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자 지역의 토양은 땅을 파거나 지하 터널을 만들기에 적합한 소재로, 하마스는 시간이 지나며 널빤지나 금속 제들보, 시멘트 등을 이용해 터널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군은 2004년 지하 터널 진입과 파괴를 위한 특수 부대 '사무르'(Samur)를 편성하고 2014년에는 터널을 없애기 위해 가자지구 전체에서 대규모 작전을 벌이는 등 하마스의 지하 터널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하마스는 가자지구를 점령한 2005년부터 터널 개발에 더욱 매진하면서 현재 지하 터널은 2014년보다 더 길고 넓고 깊어졌을 거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체 지하 터널의 길이를 약 250∼500km(150∼300 마일) 정도라고 추측하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정확하지 않다.
이스라엘 전략연구소인 베긴-사다트 전략연구센터(BESA)의 국방 연구원 이도 헥트에 따르면 하마스는 대원들을 일부러 밖이 보이지 않는 차에 태워 도착 장소가 어딘지 모르는 채로 데려가 몇일 동안 지하에서 터널을 파도록 하는 식으로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지하 작전 특수 부대 '사무르' 출신인 이스라엘군 아치야 클라인은 하마스의 지하 터널이 시간이 지날수록 진화하고 있다며 최근 발견된 터널에는 전기와 무전 시스템까지 갖춰진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하 터널 입구마다 하마스가 설치해 놓은 부비트랩과 이스라엘 군인을 납치하기 위해 입구에 숨어있을 수 있는 하마스 대원의 존재도 이스라엘군에는 큰 위험 요소다.
2014년 가자지구 지상전에서 싸웠던 이스라엘 군인 벤지 샌더스는 이날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우리는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군대의 대포와 탱크, 헬리콥터의 엄호를 받은 채로 진입했지만, 가장 위험한 것은 처음 진입하는 그 순간"이라며 "하마스는 우리가 오는 것을 알고 있고 폭탄이 설치돼 있다"고 말했다.
낙하산부대원으로 전투에 참여했던 벤은 납치에 대한 공포가 컸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그의 부대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지하 터널 출입구에서 하마스 대원 한 무리가 나타나 이스라엘 군인들을 끌고 가려고 하며 총격전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당시 벤이 총격전을 벌인 곳에서 멀지 않은 지역에서 실제로 하마스가 이스라엘 부대원을 공격해 2명을 사살하고 한 명을 납치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번 가자지구 지상전이 시작되면 이스라엘 군은 우선 먼저 작은 로봇 등을 지하 터널 안으로 들여보내 내부 구조를 파악한 뒤 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리치몬드 바락 교수는 "이스라엘은 터널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핵심적인 부분들을 파괴해야 할 것"이라며 "민간인의 피해는 최소화하는 동시에 터널의 기반 시설을 모두 없애야 한다.
이는 매우 어려운 과제지만 더 이상 선택지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전투에서 승리하더라도 터널을 전부 없애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시각도 있다.
조엘 로스킨 이스라엘군 예비역 소령은 NBC에 터널은 언제든 부활할 수 있다며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으로) 터널을 없앤다기보다는 그 일부에 손상을 입히는 것에 가깝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