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넷플릭스는 잘 나가는데…CJ ENM은 왜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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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문’ 흥행 참패에 3개 분기 연속 적자 전망돼
"현재 시총 1.1조원은 음악 부문 영업가치만으로도 설명돼"
광고‧콘텐츠 정상화 기대…유동화 통한 재무 개선도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사진=김범준기자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사진=김범준기자
국내 콘텐츠 기업들의 주가는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OTT) 플랫폼업체 넷플릭스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콘텐츠가 글로벌 OTT에서 인기를 끌면서 콘텐츠 시장의 큰 손인 넷플릭스의 투자 여력이 콘텐츠 제작 기업의 성장 여력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넷플릭스의 ‘깜짝 실적’에도 K-콘텐츠의 선봉장 역할을 하는 CJ ENM의 주가는 바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이튿날인 지난 23일에는 신저가를 갈아치우기까지 했습니다.

투자 영화 흥행 참패 및 美작가 파업 여파에…3분기도 적자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 CJ ENM은 3.19% 오른 5만18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 20일 5만200원으로 52주 최저가를 다시 쓴 뒤, 낙폭을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콘텐츠 종목 주가에 큰 영향을 주는 넷플릭스가 기대를 크게 웃도는 3분기 실적을 지난 18일(현지시간) 발표한 직후에도 하락세가 이어졌다는 점은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넷플릭스의 3분기 주당순이익(EPS)은 3.73달러로, 시장 전망치(3.49달러)를 웃돌았습니다. 특히 눈길을 끈 건 신규 가입자 수입니다. 광고를 봐야 하는 대신 요금이 저렴한 광고 요금제를 도입한 효과로 신규가입자가 시장 전망(549만명)을 대폭 웃돈 876만명을 기록한 겁니다. 이 같은 실적을 발표한 뒤 넷플릭스는 19일(현지시간) 정규장에서 16.05% 급등했습니다.

하지만 CJ ENM 주가는 넷플릭스발(發) 훈풍을 받지 못했습니다. 장중 상승하다 하락전환해 마감하는 모습이 3거래일 연속 반복됐습니다.
[마켓PRO] 넷플릭스는 잘 나가는데…CJ ENM은 왜 이러나
실적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한 영향으로 보입니다.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CJ ENM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은 8억원 적자입니다. 올해 들어 3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겁니다.

이달 초만 해도 178억원 흑자가 예상됐지만, 최근 프리뷰(전망) 보고서를 내놓은 애널리스트들이 모두 수백억원대의 적자를 예상하면서 컨센서스가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실적이 발표되면 컨센서스를 크게 밑도는 ‘어닝 쇼크’로 평가될 가능성이 큽니다.

3분기 영업적자가 예상되는 가장 큰 배경은 지난 8월 개봉한 ‘더 문’의 부진과 미국 작가들의 파업입니다.

CJ ENM이 투자‧배급한 ‘더 문’은 600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아야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하지만 30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이 영화를 보려 상영관을 찾은 관객은 51만명에 그쳤습니다.

하반기부터 콘텐츠 공급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됐던 피프스시즌도 작가 파업의 영향으로 3분기에 드라마 1평과 영화 2편을 내놓아,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였습니다.
[마켓PRO] 넷플릭스는 잘 나가는데…CJ ENM은 왜 이러나

증권가 “더 나빠지기도 어렵다”…이번엔 믿어도 될까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CJ ENM에 대한 ‘매수’ 목소리가 큽니다. 이 종목에 대한 추정치를 내놓는 13개 증권사 중 DB금융투자만 ‘중립(HOLD)’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지난 8월 상순에는 9만원대였지만, 현재 8만1333원까지 하향됐습니다.

올해 들어 하락세를 지속해온 CJ ENM에 대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대부분이 희망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저평가 매력’입니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가총액은 음악 부문 영업가치(1조2000억원)만으로도 설명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합니다. 지난 23일 기준 CJ ENM의 시가총액은 1조1008억원입니다. CJ ENM의 음악 부문은 주요 사업 부문들 중 유일하게 호실적을 내고 있습니다. 3분기에도 신인 그룹 제로베이스원의 데뷔 앨범이 200만장이나 팔리는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홈쇼핑이 포함된 커머스 부문도 흑자를 기록하는 중입니다. 여름철 비수기에 추석 연휴까지 3분기에 포함됐지만, 대부분 증권사가 100억원대 중반의 영업이익을 남겼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미디어플랫폼(광고‧티빙)과 영화‧드라마 부문도 더 나빠지기도 어렵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경기 침체 우려로 위축됐던 TV 광고 시장이 추석 연휴와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회복 조짐이 나타나 광고 사업 정상화가 기대됩니다. 티빙은 4분기부터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텐트폴’ 콘텐츠의 상각비 부담이 완화될 예정입니다. 여기에 미국의 작가 파업에 따른 불확실성도 해소의 실마리를 찾아 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티빙의 손익분기점 도달과 피프스시즌의 정상화만으로도 약 2000억원의 이익 개선이 가능하다”고 분석합니다.

재무 부담 해소에 나선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됐습니다. 이화정 연구원은 “2조원 이상의 상당한 규모의 순차입금은 여전히 부담스럽지만, 비핵심자산에 대한 유동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1471억원 규모의 빌리프랩 지분 매각이 예정된 가운데, 넷마블, 다이아TV, 메조미디어의 지분 매각까지 검토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