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대규모 방위산업 수출 계약을 조만간 따낼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 국빈 방문을 계기로 방위산업 분야 신시장 개척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22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에서 한 브리핑에서 “대공방어체계와 화력무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규모 방산 협력 논의가 막바지 단계에서 진행 중”이라며 “일회성 협력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방산 협력 프로그램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중동정세 특수성 등을 감안해 구체적인 무기체계 명칭 및 수출 규모를 정확히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성사 단계에 와 있고, 그 규모와 액수가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 방산업체들이 아랍에미리트(UAE)에 35억달러(약 4조7000억원) 규모의 지대공 미사일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은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조(兆)단위 수출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방산업계에서는 사우디가 UAE와 마찬가지로 지대공 요격미사일 체계인 천궁-2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천궁-2는 한국군 미사일 방어체계의 핵심 무기다. 최대 요격 고도는 15㎞다.

김 차장은 “우리의 우수한 방산기술이 적용된 무기체계가 사우디의 국방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도록 협력해 나가고자 한다”며 “이는 한국의 방산 수출 성과를 한층 확대하는 강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해 11월 방한했을 때부터 한국 무기체계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이 최종 확정되면 한국 방위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차장은 “유럽, 중동, 동남아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한국 무기체계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만큼 이번 중동 순방을 촉매제로 한국 방산 수출 시장의 외연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야드=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