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 직원들이 23일 서울 을지로에 있는 미래에셋증권 본사인 센터원 빌딩으로 들어가고 있다.  강은구 기자
미래에셋증권 직원들이 23일 서울 을지로에 있는 미래에셋증권 본사인 센터원 빌딩으로 들어가고 있다. 강은구 기자
“26년 전 창업 이후 지금까지 가장 큰 고민이 세대교체였습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에게도 이번 인사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박 회장은 23일 임원 승진 인사 보도자료를 통해 이런 입장을 밝혔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등 ‘개국 공신’을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하고 50대 부회장을 경영 일선에 내세우며 “인간적 번민과 아쉬움을 느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회장이 ‘2기 전문경영인 체제’를 본격화하는 세대교체 인사를 결정한 것은 그룹의 미래가 글로벌 사업 강화에 달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글로벌통’ 김미섭 전면에

50대 부회장 6명 전진배치…미래에셋, 2기 전문경영인 체제 출범
미래에셋그룹의 이번 인사는 박 회장이 평소 강조해온 ‘의자론’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그룹 회장이라는 의자에는 누구나 앉을 수 있다”고 언급해왔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증권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수행하게 된 김미섭 신임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이다. 그룹 내 ‘글로벌통’으로 불리는 김 부회장은 1998년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입사해 박 회장의 확장 전략을 가까이에서 보좌해왔다.

김 부회장은 2005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해외법인 대표를 맡아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2018년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글로벌X 인수와 캐나다의 호라이즌ETFs 인수에도 김 부회장이 깊숙이 참여했다. 김 부회장은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 미래에셋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글로벌 역량을 미래에셋증권에 심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이후 미래에셋그룹의 싱크탱크인 혁신추진단에서 일했다.

당시 혁신추진단에서 함께 활약한 허선호 신임 부회장도 이번 임원 인사에서 승진했다. 허 부회장은 미래에셋증권 자산관리(WM)사업부를 총괄하며 연금, 해외주식, 디지털 등 리테일 사업 성장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이정호 신임 부회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과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 대표를 역임했다. 그룹 글로벌 사업의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선 이준용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글로벌투자, ETF 등에 대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김재식 신임 미래에셋생명 부회장은 풍부한 자산운용 경험으로 변액보험 시장에서의 우위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현만 “금융교육자 역할 할 것”

이번 승진 인사에선 박 회장이 차세대 리더 육성을 위해 지난 6월 도입한 ‘글로벌 최고경영자과정(AMP)’ 프로그램에 참여한 임원들이 대거 포함됐다. 첫 AMP 연수 대상자 8명 중 김미섭 부회장 등 3명이 이번 경영진 인사에서 승진했다.

박 회장을 도와 미래에셋을 창업하는 데 기여한 최 회장은 일선에서 물러나 경영 고문직을 맡는다. 1997년 미래에셋 창립 멤버로 참여한 지 26년 만이자, 2021년 미래에셋증권 회장에 오른 지 2년 만이다. 최 회장은 평소 신념인 금융 교육 및 인재 양성에 힘쓸 것으로 알려졌다.

최만수/성상훈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