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1.9%로 추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이 심화하면서 사상 처음 2% 밑으로 낮췄다. 저성장이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잠재성장률, 사상 첫 2% 아래로…내년엔 美에 역전당한다
23일 한국은행이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20년 한국 포함 주요국 연도별 국내총생산(GDP) 갭 현황’ 자료에 따르면 OECD는 지난 6월 한국의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률을 1.9%와 1.7%로 추정했다. 작년 추정치는 2.0%였는데 더 내렸다. 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10년 3.8%에서 내년 1.7%까지 15년 연속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잠재성장률은 물가 급등이나 경기 과열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이다.

OECD 전망은 한은 추정치보다 낮다. 한은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4개 모형을 통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2022~2023년 기준 ‘2% 내외’로 보고 있다. 한은은 올 연말께 새로 추정한 잠재성장률을 공개할 예정이다.

OECD 전망대로라면 한국은 내년엔 처음으로 미국에 잠재성장률을 역전당하게 된다. OECD에 따르면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올해 1.8%에서 내년 1.9%로 상승한다. 한국은 경제 규모가 15배나 큰 미국보다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이다. OECD가 2001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주요 7개국(G7)보다 낮아지는 건 내년이 처음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되는 배경엔 저출산과 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최근 “인구 구조 트렌드를 보면 2% 정도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은데, 고령화 때문에 점차 더 낮아진다는 게 일반적 견해”라고 말했다.

실질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는 상황도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정부와 한은이 예상하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4%로 OECD의 잠재성장률 추정치에도 못 미친다. 한은은 내년 한국 성장률을 2.2%로 제시하고 있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2%대 성장이 가능할지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 국정감사에서 “중국 경제 상황과 중동 사태로 예측이 어렵다”며 “한 달 정도 상황을 보고 11월에 내년 성장률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용평가사 피치가 올해 한국 성장률이 1.0%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 것에 대해선 “그렇게 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일축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