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회 출신 정순택 대주교가 로마서 기념미사 집전
"도움받던 처지에서 도움주는 입장으로 바뀌어"
재로마 한국 수녀 연합회 설립 20주년 기념행사 열려
세계 가톨릭의 중심인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서 재로마 한국 수녀 연합회가 설립된 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주교황청 한국 대사관이 연합회와 공동으로 22일(현지시간) 로마에 있는 한인 신학원 성당에서 이를 기념하는 미사와 축하 리셉션을 개최했다.

기념 미사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 참석차 로마에 체류 중인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집전했다.

이날 기념행사에는 연합회 소속 한국 수녀, 외국인 수도자, 한국 신부 등 110여명이 참석했다.

재로마 한국 수녀 연합회는 2003년 당시 유학하는 한국 수녀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초대 회장인 장향주 아욱실리아 수녀(살레시오 수녀회)의 노력으로 발족했다.

현재는 교황청 성직자부에서 근무하는 김혜윤 베아트릭스 수녀(미리내 성모성심 수녀회)가 회장을 맡고 있다.

로마는 한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한국 수녀가 활동하고 있고, 유일하게 연합회를 조직해 연대하는 곳이기도 하다.

현재 이탈리아 내에는 한국 수녀 99명이 체류 중이다.

20년 전 연합회 발족 당시 20∼30명 남짓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규모가 크게 늘었다.

또한 발족 당시 대부분의 회원이 유학생 수녀였으나 현재는 로마에 총원을 둔 전 세계 수녀회 중 5개 수녀회에서 한국 수녀가 총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 외 총원의 다른 주요 보직에 임명된 수녀들도 다수다.

한국 수녀들의 역할 변화는 한국 교회가 지역교회의 역할에서 보편교회에서의 중추척 역할로 위상이 변화한 것과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김혜윤 회장은 "과거에는 수동적으로 교육받고 수혜자의 입장에 있었다면 이제는 가르쳐야 하고, 돌봐줘야 하는 입장으로 바뀌었다"며 "그만큼 책임이 커졌다.

오늘 행사가 그 책임을 성실히 다하겠다고 다짐하는 자리가 됐다"고 말했다.

정순택 대주교는 "한국 수녀들이 다른 나라 수녀들의 3배 내지 5배는 더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얘기를 직간접적으로 들었다"며 "한분 한분의 공헌과 봉사가 세계 교회 전체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회 출신 첫 서울대교구장인 정 대주교는 "어떤 소임이든 다 중요하고 가치 있다"며 "그 특별한 시간 동안 하느님을 더 가까이 만나고 깊이 체험한 뒤 한국에 돌아가 이를 널리 전파하고 증거해달라"고 당부했다.

오현주 주교황청 대사는 "우리나라가 원조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바뀌었듯 연합회 창립 20년 동안 연합회는 물론 한국 교회 전체가 발전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오 대사는 "올해는 한국-교황청 수교 60주년을 맞는 해"라며 "올해 김대건 신부 성상이 바티칸에 설치됐고, 2027년 세계청년대회 한국 개최가 결정됐다.

여기에 재로마 한국 수녀 연합회 설립 20주년까지 한국 가톨릭교회에 정말로 의미 있는 한 해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기념 미사가 끝난 뒤에는 한인성당 청년들로 구성된 사물놀이 공연과 한국 음식 시식 행사가 진행됐다.

재로마 한국 수녀 연합회 설립 20주년 기념행사 열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