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준비 중이던 글로벌 사업들이 사실상 올스톱됐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후 글로벌 콘텐츠·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본격 진출하려던 계획을 보류한 것이다. 자회사 추가 기업공개(IPO)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올해 말부터 내년 사이 추진하려던 주요 사업 전략을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카카오의 경영 시계가 멈췄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주요 서비스나 사업 전개에 대한 논의가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글로벌 콘텐츠·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었다. 지난 3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작업을 마무리한 데 따라 하반기에 구체적인 사업 전략을 마련해 내년부터 글로벌 시장에 본격 도전장을 낸다는 구상으로 전해졌다. 드라마, 웹툰 등 카카오가 보유한 다양한 콘텐츠 역량을 결합하면 시너지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돌파구로 여긴 글로벌 콘텐츠·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시세 조작’ 논란이 종결된 이후에나 다시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025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30%까지 확대하겠다던 카카오의 목표도 달성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카카오는 최근까지도 글로벌 사업에 의욕을 보여왔다. 10여 년 전부터 따라다닌 ‘내수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였다. 이 회사의 주요 사업 기반인 카카오톡은 한국에선 ‘국민 메신저’ 대접을 받지만 해외에선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신규 서비스나 사업을 꺼내 들기 어려운 분위기가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가까운 시일 내 추진하겠다’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모빌리티 기업공개(IPO) 역시 무기한 연기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19년부터,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년부터 상장을 준비했으나 관련 논의를 멈췄다. 카카오 관계자는 “계획하던 사업도 못 이어가는데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여유는 더더욱 없는 상황”이라며 “당장은 먹고 살겠지만 4~5년 뒤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