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물자 실은 트럭 수백대 이집트 국경서 여전히 긴 줄
[이·팔 전쟁] 가자 구호 합의했다지만…실행까지는 첩첩산중
인도주의 재앙 위기에 직면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구호물자 지원에 미국과 이스라엘 측이 합의했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아직 구호품을 실은 트럭들이 이집트 국경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미국과 이스라엘 측 발표 이후에도 이집트에서 가자지구로 이어지는 유일한 통로인 라파 국경 인근 이집트 영토에 몰려 있는 구호물자 운송 트럭 행렬에는 아무런 이동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이스라엘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 내각과 이집트를 통한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제공키로 협의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최대한 빨리 트럭이 국경을 넘을 수 있도록 이집트, 유엔 등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 총리실도 뒤이어 가자지구 민간인에게 제공된다면 이집트를 통한 식량과 물, 의약품 등 구호물품 운송을 제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시했다.

다만 모든 트럭이 구호품만 운반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만 하고, 이 물품들이 가자지구를 통제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전투원들이 아닌 민간인들에게 전달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NYT에 따르면 라파 국경 검문소 인근엔 현재 세계 각국과 국제 인도주의 단체들이 지원한 구호물자 트럭 100여대가 줄지어 서서 국경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다른 50여대 트럭 분량의 구호물품도 이날 라파 국경에 가까운 이집트 북동부 해안 도시 엘아리시에서 이집트 적신월사에 전달됐다.

익명을 요구한 이집트 적신월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적신월사의 저장시설이 인도주의 지원 물품으로 넘쳐나고 있으며, 다른 나라와 국제 인도주의 단체들에서 보내온 지원품을 보관하고 있는 엘아리시 축구 경기장도 수용 한계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은 전날 엘아리시 공항에 도착한 구호물품 지원 비용을 지불했다.

EU의 지원을 받은 또 다른 화물기는 19일 덴마크 코펜하겐을 출발해 엘아리시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유럽과 미국 관리들은 그러나 자국 외교관들의 국경 지역 접근을 이집트 당국이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자국 정부가 보낸 구호품을 검사하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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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는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에는 지지 입장을 밝혔지만 아직 국경을 개방할지 여부와 언제 그렇게 할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국경 개방에 이집트가 까다로운 태도를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 가자지구 분쟁이 자국으로 확산해 수년간 무장세력과 싸워온 시나이 반도 지역이 또다시 혼란에 휩싸이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집트는 자국을 통한 구호물자 지원은 지지하지만, 가자지구 난민들이 국경을 넘어 자국으로 대거 유입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동시에 이스라엘이 구호물자 수송 안전을 보장하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사메 슈크리 이집트 외무장관은 지난 17일 CNN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최근 공습으로 국경 시설이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며 "이스라엘이 트럭들을 통과시키기 전에 구호물자 수송대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봉쇄한 채 보복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9일부터 전면 봉쇄된 가자지구는 물과 식량, 전력, 의료품 등이 고갈돼 가면서 인도주의 재앙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제기구와 구호단체, 주변국들이 제공한 긴급 구호품은 지난 15일부터 가자지구와 인접한 이집트 엘아리시에 집결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