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로 6기 중 1기 고온정지 상태로 증기 생산…IAEA는 증기생산 대체시설 권고
우크라 자포리자 원전 증기생산 유지…겨울 앞둔 고육책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교전 속에 방사능 안전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가 6기의 원자로 가운데 1기에서 증기를 생산하는 방안을 유지하기로 했다.

17일(현지시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자포리자 원전 운영진은 원자로 1∼6호기 가운데 5호기를 냉온정지 상태에서 고온정지 상태로 전환하기로 했다.

유럽 최대의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포격 피해가 잇따르면서 작년 9월부터 가동을 중단했다.

시설 안전에 문제가 발생하면 자칫 최악의 원전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가동을 멈춘 것이다.

이에 따라 원자로 6기 가운데 5기는 내부 온도를 100도 아래로 떨어뜨린 냉온정지 상태에 있다.

그러나 남은 1기는 100도 이상으로 두는 고온정지 상태로 유지해왔다.

고온정지 상태의 원자로에서 나오는 증기를 저장탱크에 모아둔 액체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하는 용도로 쓰기 위한 것이다.

증기는 폐기물 처리 외에도 원전 주변 지역의 난방과 온수 공급에 쓰인다.

자포리자 원전 운영진의 이번 결정은 기존에 고온정지 상태였던 4호기를 냉온 정지로 바꾸고 대신 5호기를 고온정지 상태로 두겠다는 것이다.

러시아 침공 첫해인 지난해 겨울에 대형 발전소와 변전소 30%가 타격을 입으면서 에너지 위기를 겪었던 경험을 고려해 자포리자 원전에서 나오는 증기를 계속해서 사용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문제는 IAEA가 자포리자 원전 내 원자로를 고온정지 상태로 두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IAEA 역시 원전 주변 지역의 난방·온수 수요를 모르지 않지만, 안전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원자로 6기 모두를 냉온정지 상태에 둘 것을 주문해왔다.

그 계기는 지난 6월 6일 발생한 우크라이나 카호우카 댐 폭발 사고다.

자포리자 원전은 카호우카 댐의 물로 채워지는 호숫물을 원자로 및 사용후핵연료 냉각용으로 끌어다 썼는데, 댐 폭발 사고 후 호숫물의 수위가 지속해서 내려갔다.

원전 운영진은 대체 수원을 찾아 물을 끌어다 쓰며 냉각수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이런 대책이 임시방편인 점을 고려해 IAEA는 모든 원자로를 냉온정지 상태로 두고 이를 대체할 증기 발생시설을 찾을 것을 요구해온 것이다.

이에 따라 증기 발생시설을 구매하기 위한 절차가 시작됐지만 적어도 이번 겨울은 넘겨야 시설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포리자 원전 5호기 고온정지 결정은 이런 여건을 외면할 수 없어 내려진 고육책인 셈이다.

IAEA 측은 "자포리자 원전에 상주 중인 전문가들은 되도록 대체 증기 발생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해서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