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분석 "남녀임금 격차는 결국 육아 때문" [책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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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남녀임금 격차 연구 결과>
커리어 그리고 가정
클라우디아 골딘 지음
김승진 옮김/생각의힘
488쪽|2만2000원
커리어 그리고 가정
클라우디아 골딘 지음
김승진 옮김/생각의힘
488쪽|2만2000원
곧 달라졌다. 노동력이 부족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고용주들은 기혼 여성을 차별했을 때,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았다. 2차 세계대전 징집으로 민간인 남성 노동력이 줄어든 것이 원인이었다. 사무직 등 서비스 부문 일자리가 급증한 것도 영향을 줬다. 여성 노동력 수요가 늘어난 것과 함께 남녀 임금 격차도 완만하게 좁혀지기 시작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클라우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2021년 쓴 <커리어 그리고 가정>은 이렇게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난 배경을 경제적 요인에서 찾는다. 여성 권리 향상을 위한 운동을 낮춰보는 건 아니다. 다만 사회가 여성을 차별하고 억압한다는 시각만으로는 많은 현상을 다 설명할 수 없다고 얘기한다.
국내에도 2021년 출간된 이 책은 골딘의 오랜 연구 결과가 집대성돼 있다. 골딘은 여성 노동력, 소득의 성별 격차 등을 연구한 노동 경제학자다. 하버드대 경제학과에서 종신 교수직을 받은 최초의 여성이다.
골딘의 연구는 1878~1897년 태어난 여성들부터 시작한다. ‘집단1’로 분류한 이 세대는 커리어와 가정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했다. 이 시기에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은 여성들이 있었다. 많은 경우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았다.
1944~1957년 태어난 집단4의 여성들은 ‘커리어, 그다음에 가정’을 추구했다. 커리어를 먼저 다진 뒤 가정은 그다음에 꾸리면 된다는 개념이 이들 세대 사이에서 새로 생겨났다. 각종 전자제품이 집안일을 덜어주었고, 피임약의 등장으로 임신과 출산을 쉽게 통제할 수 있었다.
책의 후반부는 왜 요즘에도 남녀 임금 격차가 사라지지 않는지에 집중한다. 미국 기준으로 1970년대 이후 가파르게 좁혀지던 임금 격차는 2005년 이후 개선이 정체에 빠졌다. 일각에선 직종을 이유로 든다. 예컨대 남성은 의사를, 여성은 간호사로 더 많이 일하기 때문에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골딘의 계산에 따르면 이를 교정하더라도 현재의 소득 격차 중 3분의 1 정도밖에 없애지 못했다.
골딘이 지목하는 원인은 ‘탐욕스러운 일자리’다. 많은 돈을 주지만 장시간 일해야 하고, 밤 10시에 걸려 오는 업무 전화나 이메일에도 즉각 응답해야 하는 일자리를 뜻한다. 변호사, 의사, 컨설턴트, 경영자 등을 생각하면 쉽다. 골딘은 동일 노동에 대한 남녀 차별은 많이 사라졌다고 했다.
경영학 석사(MBA)를 딴 여성의 첫 해 소득은 같은 조건을 가진 남성의 95%였다. 13년 뒤에는 남성의 64%밖에 받지 못했다. 자녀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도 있지만, 주당 노동 시간을 줄였기 때문이었다. 부부가 모두 장시간 일하거나, 둘 다 여유가 많은 일자리로 옮길 수도 있다. 하지만 자녀를 가진 부부의 입장에서 최적은 아니었다. 그들은 한 명은 시간 여유가 많은 일자리를, 한 명은 일을 많이 하더라도 돈을 많이 주는 일자리를 골랐다. 그리고 대체로 시간 유연성이 높은 일자리를 고른 건 여성이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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