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바이오인사이트가 신용철 아미코젠 회장을 만났다. 바이오의약품 제조에 필수적인 핵심 소재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신 회장은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2회에 걸쳐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사진=신용철 아미코젠 회장./사진=서범세 기자
사진=신용철 아미코젠 회장./사진=서범세 기자
아미코젠의 미래 신성장동력인 레진 및 배지 사업에서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올해 말 레진 및 배지 공장의 완공으로, 내년 초부터 다수의 국내외 기업에 제품 공급을 시작할 수 있게 되면서다. 신사업의 본격화로 회사의 성장세에도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11일 만난 신용철 아미코젠 회장(사진)은 “바이오의약품 필수 소재의 국산화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신사업을 시작했고, 이제 그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며 “국내 최초로 레진과 배지 등 바이오 부품소재의 국산화를 실현하고, 이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국내 첫 배지와 레진 국산화…우수한 품질과 경쟁력 확보”

오는 12월부터 인천 송도 배지 공장과 전남 여수 레진 공장이 완공을 마치고 내년 초부터 가동을 시작한다. 이들 공장이 완공되면 배지 공장에선 연간 분말배지 10만L, 액상배지 416만L 이상을 생산할 수 있고, 레진 공장에선 1만L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

배지와 레진은 바이오의약품의 핵심 소재다. 바이오의약품을 만들기 위해선 살아있는 세포의 수를 늘리고, 여기서 고순도 항체 단백질을 분리해야 한다. 세포를 배양하기 위해 먹이 역할을 하는 게 배지이고, 배양된 세포로부터 의약품 제조에 사용되는 목적 단백질만 분리 정제하는 물질이 레진이다.

레진은 아미코젠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기 이전인 2010년부터 기술 개발에 매진해온 분야다. 이들 소재는 바이오의약품을 만드는 중요한 원재료지만, 전량 수입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어 국산화가 절실하다는 신 회장의 판단에서부터 개발이 시작됐다.

신 회장은 “한국은 특히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바이오시밀러의 핵심 소재는 전량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이들 소재의 국산화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 역할을 아미코젠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미코젠은 바이오의약품 정제용 레진의 국산화를 위해 스웨덴 바이오웍스로부터 아가로오스 담체 기술을 이전받았다. 이후 독자 개발을 통해 글로벌 상위 업체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품질을 확보했다.

신 회장은 “아미코젠이 자체 개발한 정제용 레진은 물리적 강도가 우수해, 정제 과정에서 물질 통과 속도를 올려도 압력을 낮게 받아 많은 물질을 통과시킬 수 있다”며 “또 다공성이 발달해 정제하고자 하는 물질에 맞게 투입이 가능하다는 것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레진 단백질 접합 기술도 수준급이라고 자신했다. 아미코젠은 유전자 기술을 활용해 항체의약품 정제용 ‘프로테인A 레진’을 생산하는 소재인 ‘프로테인 A 리간드’를 개량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기존 제품보다 내성이 강하고 단백질을 더 많이 붙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신 회장은 “아미코젠의 레진은 다공성이나 크기, 단백질 흡착력 등 고객사가 원하는 대로 맞춤형으로 개발할 수 있다”며 “현재 고객사 네 곳에 대한 시험 생산을 진행 중으로, 여수 레진 공장이 완공되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생산 및 공급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배지 역시 글로벌 수준의 품질을 확인했다고 했다. 아미코젠은 미국 아티아바이오로부터 배지 기술을 도입해 국산화 과제 등을 통해 배지를 자체 생산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배지는 당, 아미노산, 비타민 등 50~100가지 성분을 이용해 각각의 고객사와 다양한 세포주에 맞게 개발해야 한다. 아미코젠은 다양한 제품 용량 구성으로 고객 맞춤형 배지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게 신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배지를 이용한 배양 과정에서는 온도, 산성도(pH), 교반속도, 이산화탄소 농도, 배양 기간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며 “아미코젠은 이처럼 다양한 환경조건에서도 국내 고객사와의 성능 테스트를 통해 배지의 주요 생산성 지표 중 하나인 항체 역가(antibody titer)가 경쟁사 제품 대비 25% 이상 높은 것을 확인하는 등 품질의 우수성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올해 말 완공될 송도 배지 공장은 대형 제약사들과 인접해 발주 후 빠르게 제품을 공급할 수 있고, 가격경쟁력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신 회장은 “그동안 국내외 유수의 바이오시밀러, 줄기세포 치료제 기업과 테스트를 진행해 기술력과 신뢰성을 확보했고, 대학 연구실, 바이오 기업 기업들에 연구용 배지를 공급하기 시작했다”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하며 의미 있는 매출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주력사업과의 시너지로 성장 가속화 기대”

아미코젠은 신사업인 배지와 레진의 본격적인 사업화를 위한 최근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다. 회사는 지난 15일 약 957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무상증자 발행을 결정했다. 회사는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의 50%를 설비 투자 및 공장 증설에 사용할 예정이다. 나머지는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신 회장은 “이번 자금 조달의 목표는 바이오의약 부품소재 국산화를 완료하는 데 있다”며 “송도 배지 공장과 여수 레진 공장 건설 및 인증, 초기 운전자금 등에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기존 주력사업인 효소 및 소재 외에 신사업에 많은 자금을 투입하는 데 대한 우려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효소와 레진 및 배지는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고, 신사업과 기존 사업의 고른 성장을 통해 회사의 성장폭을 더욱 키워 가치를 향상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2부에 이어서)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3일 8시 32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