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중동전' 2개 전쟁 탓에 美 여력 떨어지며 '中 도발 감행' 불안감 커져
차이잉원 "세계 안정에 대만해협 안전이 핵심", 우자오셰 "대만에 더 많은 관심 필요"

대만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는 상황을 틈탄 중국의 도발을 경계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되는 와중에 발생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속에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제3의 전선'을 만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대만 내에선 최대 우방인 미국이 이미 '두 개의 전쟁'을 지원해야 하는 탓에 여력이 크게 떨어지자 중국이 이를 기회로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는 게 현실이다.

[이·팔전쟁] 대만 위기감…차이잉원·추궈정·우자오셰, 中에 '견제구'
12일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차이잉원 총통은 전날 제7차 위산포럼 개막식에 참석해 "세계정세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평화롭고 안정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은 세계 번영과 안정에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 중 대만해협 안전이 핵심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차이 총통은 이어 "대만은 안전하고 믿을만한 파트너로서 세계 평화에 지속해 이바지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 연설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으나, 해당 발언을 통해 불안정한 세계정세를 틈탄 중국의 도발을 염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대만언론은 해석했다.

차이 총통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나흘째인 지난 10일 대만 112주년 건국기념일(쌍십절) 기념사를 통해 "평화는 양안(중국과 대만)의 유일한 선택지"라면서 "쌍방 모두를 위한 최대 공약수인 현상 유지가 평화 보장의 관건(critical key)"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도 전날 미국 싱크탱크 글로벌타이완 연구소(GTI)가 주최한 화상회의에서 전쟁은 견딜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평화가 유일한 선택이라면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대만에 더 많은 국제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우 부장은 중국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는 물론 대만해협에서 도발 행위를 지속해서 확대함으로써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으며, 내년 1월 대만 총통선거를 겨냥해 메일 수백만 건의 사이버 공격을 자행하고 있다고 짚었다.

추궈정 대만 국방부장은 전날 입법원(국회)에 보낸 업무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각종 군용기·드론·군함을 동원해 대만의 전투 대비 태세 현황을 파악하는 한편 전방위적인 대만 공격 훈련을 지속해왔다면서, 이에 대만은 미국 등 동맹국과의 교류 강화로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추 부장은 구체적으로 중국이 대만을 겨냥해 둥펑 미사일과 다연장 로켓 배치를 가속하면서 푸젠 항공모함 등을 이용한 작전을 강화해왔으며, 다양한 형태의 드론으로 정찰과 공격 능력을 배양해왔다고 설명했다.

[이·팔전쟁] 대만 위기감…차이잉원·추궈정·우자오셰, 中에 '견제구'
앞서 지난 9일 주(駐)프랑스 타이베이대표처의 우즈중(吳志中) 대표는 현지 르피가로TV의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만과 대만 동맹들은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충돌이 격화될 경우 중국이 세계 질서 재편의 기회를 갖게 됐다고 믿게 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대표는 중동에서 대규모 충돌로 미국이 더 많은 군사 자원을 투여하게 되는 상황이 오면 중국은 미국이 너무 일을 많이 벌여 놓았다고 믿을 수 있고, 중국 눈에는 미국이 대만해협 충돌에 관여하는데 충분한 화력을 보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