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추석 연휴 첫 날인 지난달 28일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을 방문해 항공 화물 종사자들을 격려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추석 연휴 첫 날인 지난달 28일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을 방문해 항공 화물 종사자들을 격려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캐나다 1.6%, 미국 1.5%, 프랑스 1.3%, 일본 1.0%, 독일 0.9%, 영국 0.6%...한국은 2.2%’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0일 발표한 ‘10월 세계 경제 전망’ 중 주요국의 내년도 경제 성장률 전망치 중 일부다. IMF에 따르면 한국은 내년에 주요 7개국(G7) 등 선진국 클럽은 물론이고 멕시코(2.1%), 남아프리카공화국(1.8%), 브라질(1.5%) 등 일부 신흥 개발도상국들 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한국에 대한 내년도 전망치는 지난 7월(2.4%) 대비 0.2%포인트 낮췄다. 올해 성장률의 경우는 1.4%로 종전 전망을 유지했다. 반면 일본의 올해 성장률은 7월 대비 0.6%포인트 높은 2.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IMF 발표가 나온 직후 각 언론들은 일본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한국을 추월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국의 성장률이 일본을 밑도는 것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후 처음이다.

IMF가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0.2%포인트 낮춘 점 역시 향후 경기 전망을 어둡게 하는 부정적 요소로 꼽혔다. 같은 기간(7~10월) 미국의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1.0%에서 1.5%로 상향한 것과 대조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2023년 10월 세계 경제 전망' 중 주요국 성장률 전망치. 기획재정부 제공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2023년 10월 세계 경제 전망' 중 주요국 성장률 전망치.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는 이 같은 결과에 공식적으로는 별도의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내부에서는 조심스럽게 ‘예상보다 선방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올해 성장률이 주요국 대비 조금 부진했지만 내년에는 가장 높을 것이라는 IMF 전망이 유지됐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내년에는 한국의 성장률이 2.2%로 올해 대비 0.8%포인트 상승하는 반면 일본은 1%포인트 하락한 1%에 그치고 미국도 올해보다는 성장이 더딜 것으로 예상된 것”이라며 “올해 대비 내년 경기 흐름이 긍정적으로 바뀐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향후 경기를 전망하며 내놓는 ‘상저하고’라는 분석과 일맥상통한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성장률 전망 자체가 상저하고의 기울기가 얼마나 가팔라지느냐는 기관마다 다르지만 적어도 상반기보다는 하반기가 지표가 나아질 것으로 전망이 된다”며 “최근에 반도체라든지 수출, 산업활동동향 이런 것을 봤을 때도 그 전망은 아직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수출이 올해 바닥을 찍고 증가 추세로 전환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11일 관세청이 발표한 10월 1~10일 수출입 현황을 보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지만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9.2% 늘었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5.4% 줄었다. 하지만 감소폭은 지난달 같은 기간(-28.2%) 대비 대폭 줄었다. 반도체 수출 회복세는 이날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실적 발표에서도 확인됐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2조4000억원 규모로 증권업체 추정치(2조2000억원)를 상회했다.

정부는 현 시점을 반도체 등 제조업 경기와 수출이 바닥을 찍고 점차 정상화되는 국면으로 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실 올해 경상수지 270억달러 흑자 달성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부호가 많이 달렸지만 지금 추세로 가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반도체 수출이 살아나고 있는 것이 고무적”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한경DB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한경DB
삼성전자가 200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시설인 평택캠퍼스에서 P3라인 가동과 양산이 올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한 점도 향후 반도체 수출 전망에 긍정적인 요소로 제시됐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추석 연휴 첫 날인 지난달 28일 인천국제공항에 있는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을 찾아 반도체 등 항공 수출화물 현황을 점검했다.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25년 만에 일본에 역전당했지만 내년에 다시 1.2%포인트 가량 차이를 벌리는 것에 대해 대통령실은 ‘코로나 방역조치 완화에 따른 기저효과’로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대부분 방역조치가 해제된 우리와 달리 일본의 경우 올해 들어서야 방역조치가 해제됐다”며 “올해 일본의 성장률이 유독 높은 것은 방역조치 해제에 따른 일종의 기저효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IMF는 지난해 1.0%를 기록한 일본의 성장률이 올해는 2.0%로 높아지지만 내년엔 다시 1.0%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올해 들어 방역조치를 해제한 중국도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4.2%로 올해(5.0%) 보다 낮다.

다만 대통령실은 IMF의 10월 성장률 전망에는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인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따른 지정학적 충격이 아직 반영되지 않은 만큼 향후 사태 추이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모니터링을 지속할 방침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