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 "위험 현장서 앞장섰던 경찰관"…단체경례로 마지막길 배웅
화재 조사하다 숨진 경찰관 영결식…"태어날 아기 못보고" 비통
추석 연휴 새벽 갑작스러운 사고에 자랑스러운 남편이자 아들을 잃은 유족은 눈물을 연신 훔쳤다.

동료를 떠나보내야 하는 경찰관들은 고개를 떨군 채 울음을 삼켰다.

화재 현장을 조사하다가 추락해 숨진 박찬준(35) 경위의 영결식이 7일 오전 경기남부경찰청 장(葬)으로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에서 거행됐다.

사고 당시 경사였던 그는 1계급 특진됐고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이날 영결식은 박 경위의 아내가 현재 임신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통함을 더했다.

박 경위 아내는 곧 태어날 아기와 함께 영결식장 앞줄에서 울음을 꾹꾹 눌러 담으며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영결식에 참석한 경찰관 등 250여명은 헌화와 묵념을 하면서 고인의 뜻을 기렸다.

박 경위의 동료들은 위험한 출동 현장에서 언제나 앞장섰던 그의 모습을 기억하면서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박 경위와 함께 지구대에서 근무한 후배 정모 순경은 "선배는 경찰로서 누구보다 헌신적이고 열정적이었다"며 "112 신고가 들어오면 가장 먼저 솔선수범해 출동하고 한 치 앞도 예상되지 않는 위험한 현장으로 들어갔다"고 울먹였다.

박 경위의 동기인 김모 경사는 "신고 출동 때면 언제나 앞장서서 신고 처리를 하고 후배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고뇌하던 모습이 떠오른다"며 "우리 동기들은 항상 너를 기억하고 헌신에 감사하며 지키고자 했던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애도했다.

박 경위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는 이날 50여 분간의 영결식이 종료된 뒤 경찰서를 떠났다.

동료 경찰관들은 운구 차량 이동 방향 양쪽으로 도열해 단체로 경례하면서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홍기현 경기남부경찰청장은 "고인은 사고 당일에도 혹여나 국민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출동해 현장을 확인했다"며 "뒤이어 도착한 동료 경찰관에게 상황을 설명하던 중 뜻하지 않은 사고로 우리 곁을 떠났다"고 안타까워했다.

동료 경찰관들은 박 경위의 아내와 앞으로 태어날 아기를 위해 모금 운동도 시작했다.

부천 원미경찰서 직장협의회는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2014년 경찰에 입문해 나라와 이웃에 헌신한 고인은 사랑하는 아내와 태아를 남긴 채 가족의 곁을 떠났다"며 "홀로된 아내와 앞으로 태어날 첫아기를 위한 모금에 참여하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현장에서 만난 경찰관들은 "화재 현장에 안전 장비도 없이 경찰관들을 긴급출동시켜 안타까운 일이 생겼다"면서 재발 방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화재 조사하다 숨진 경찰관 영결식…"태어날 아기 못보고" 비통
박 경위는 지난 3일 오전 5시 20분께 부천 원미산 정상(168m) 팔각정 2층에서 2.5m 아래로 추락해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만에 결국 숨졌다.

그는 팔각정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가 화재 경위를 조사하던 중 리모델링 공사로 정자 2층 바닥에 뚫려 있던 구멍에 빠졌다.

박 경위가 칠흙같이 깜깜했던 새벽 시간 바닥 구멍을 미처 보지 못해 사고를 당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당일 오전 4시 10분께 난 불은 정자 일부를 태우고 인명피해 없이 30분 만에 진화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박 경위 시신 부검을 의뢰했고 "추락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1차 구두 소견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정자 리모델링 담당 업체를 상대로도 현장 안전조치 여부와 업무상 과실이 있는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재 조사하다 숨진 경찰관 영결식…"태어날 아기 못보고" 비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