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튀르키예에 다시 온 듯"…실전 같은 해외긴급구호대 구조 시연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 2011년 처음 최고등급 '헤비' 취득
코로나 여파로 지난 2016년 이후 7년 만에 열린 재등급 분류 평가

"사명감을 갖고 국제적인 재난 상황에서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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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5시께 대구 달성군 중앙119구조본부에서는 해외긴급구호대(KDRT) 유엔 국제탐색구조자문단(INSARAG) 등급분류 평가를 받기 위한 철야 구조 시연이 한창이었다.

유엔 국제탐색구조자문단은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산하 재난 대응 관련 전문가 집단으로 5년 주기로 각국 구호대의 역량을 종합 평가해 3개 등급(Light, Medium, Heavy) 중 하나를 부여한다.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는 2011년 처음 최고등급인 '헤비'를 취득했다.

2016년에도 등급을 유지했으나 코로나 여파로 7년 만에 재등급 분류 평가를 받게 됐다.

구조팀은 유엔 OCHA 소속 탐색, 구조 전문가가 지켜보는 가운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지진이 발생, 붕괴 중인 건물을 가정한 상황에서 직접 나무를 잘라 건물 보강을 했다.

안전을 확보하고 구조 대상을 확인한 구조대원은 이내 3층 높이의 엘리베이터홀로 수직 하강했다.

철야로 진행된 구조 시연에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구조대원의 손놀림은 거침없었다.

신속한 처치를 마친 구조대원은 구조 대상과 함께 로프로 몸을 묶고 다시 어둠 속을 헤쳐 올라왔다.

날이 밝아서도 구조 시연은 계속됐다.

지진으로 무너진 도심을 재현한 훈련장에서 구조대원들은 인명 구조를 위해 좁은 배관으로 들어갔다.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구조 대상의 상태를 지시받은 대원들은 이내 간이 수술실을 만들어냈다.

문틈에 끼워 넣은 링거와 콘크리트 잔해를 수술 침대 삼아 신속하게 다리 절단 상황을 해결했다.

응급처치를 마친 구조 대상은 좁은 배관을 통해 구조를 완료됐다.

시연 상황이지만 구조대원이 더미를 들것에 싣고 건물 잔해를 헤치고 나오는 장면은 어느 대형 재난 구호 현장의 모습과 같아 보였다.

지난 2월 튀르키예 지진 현장에서 활약했던 구조견 '해태'도 평가에 참여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누구보다 실전처럼 수색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해태의 핸들러인 송민용 소방장은 "평가받는 훈련장이 튀르키예 현장과 비슷해 실전처럼 임했다"며 "현장 여건과 치안 등에서 오는 긴장감 차이만 있을 뿐"이라며 소감을 전했다.

이어 "튀르키예에서 현장경험을 한 것과 지난 5개월간 훈련을 하며 미흡한 부분을 채워 평가를 잘 마치고 또다시 인명구조 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해외 구호 경험이 없는 조인성 소방교는 "국내 최고 구조기관인 중앙119구조본부에서 국제 출동 관련 훈련을 준비하는 것이 뿌듯하다"며 "평가와 훈련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사명감을 갖고 국제적인 재난 상황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쌓겠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 해외긴급구호대를 빈틈없는 시선으로 지켜본 유엔 OCHA 소속 평가단들은 실제 현장과 다름없는 훈련장과 한국 대원들의 구조 시연을 지켜보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케빈 앤더슨 평가단장은 "평가를 실시한 중앙119구조본부 훈련장은 굉장히 좋은 시설이다.

한국 해외긴급구호대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시설"이라며 "평가관의 목표는 최소 기준을 달성하는 것이지만, 한국팀은 그것보다 훨씬 더 잘하고 있다"고 시연을 지켜본 소감을 말했다.

브래드 코멘스 유엔 INSARAG 사무국대표는 "한국팀은 이번 평가에서 굉장히 잘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한국팀이 국내외로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헤비 등급은 전 세계 국가 중 33개국만이 취득했다.

이번 평가 결과는 오는 6일 발표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