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킬 조짐을 보이면서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열리는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시작 전부터 ‘불꽃 공방’이 예고됐다.

민주당은 4일 의원총회를 열고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논의했다.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진 않았지만 부결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후보자가 매우 부적절한 인사라는 의견 일치를 이뤘다”며 “다만 당론으로 (부결을) 채택하면 민주당 전체가 정치적 선택에 대한 부담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6일 본회의 전 의총을 열고 당론 채택 여부 등을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대법원장 임명은 168석의 민주당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반드시 국회의 동의가 필요해서다.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본회의를 넘어서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이 때문에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야당 의원들을 찾아 설득 중이지만,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 이후 35년 만에 부결 사태가 재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새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검증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해 대법원장 공백 사태는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

장관 3인 임명도 난항이 계속되고 있다. 5일 열리는 여가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여야 정면충돌이 예상된다. 당초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청문회 일정과 증인을 단독 채택했다’며 청문회를 보이콧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여야 원내지도부는 정상 개최를 위해 추가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야당은 김 후보자의 ‘주식 파킹’ 의혹과 디시인사이드발 주가조작 사건 당시 역할 등에 대해 ‘송곳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유 후보자를 두고도 날 선 신경전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시절 문체부 장관을 지낸 유 후보자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등을 집중 조명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국정감사장에서 취재진에게 욕설을 뱉은 사례도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은 사실상 불발됐다. 여야가 보고서 채택 시한인 4일까지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일정에 합의하지 못하면서다. 앞서 청문회에선 신 후보자의 ‘역사관’ 등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은 부적격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장관은 보고서 채택이 불발돼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이 경우 신 후보자는 윤 대통령이 국회 보고서 없이 임명하는 18번째 장관급 인사가 된다.

설지연/원종환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