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 발언에 떨었던 황금연휴…긴축 장기화 우려에 외인 줄이탈
고강도의 긴축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 속에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추석 연휴 기간에 나온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도 이같은 흐름을 부추기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각각 3998억원, 2574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6거래일만에 주식 시장이 열렸지만 외국인의 줄이탈은 계속됐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국내 증시에서 2조2812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추석 연휴에 나온 연준 위원들의 발언과 이에 따른 국채 금리 상승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2일(현지 시간) 제롬 파월 의장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지역경제 행사에서 추가적인 긴축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남겼다.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이 강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물가 안정이 필수"라며 "연준은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클 바 연준 부의장도 이날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남겼다. 그는 뉴욕에서 열린 경제학포럼에 참석해 "현재 중요한 것은 고금리가 얼마나 지속되는지 여부"라며 "연준이 2% 물가상승률 목표를 달성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지금의 높은 금리가 시장의 예측보다 길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긴축 장기화 우려 속에 미국 국채 금리는 연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3일(현지시간) 10년 만기 미국채 수익률은 한때 4.810%까지 오른 뒤 4.795%에 마감했다. 전 거래일 대비 0.112%포인트 올랐다. 30년 만기 미국채 수익률은 4.923%로 마감해 2007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일각에선 30년물 금리가 5.5%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긴축의 장기화가 예견된 만큼 외국인의 국내증시 이탈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채 금리가 오르며 글로벌 증시 자체의 매력이 떨어진데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 역전에 따른 강달러 현상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63원까지 오르면서 연고점을 재차 경신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강달러를 넘어 '킹달러의 재림'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며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의 선제적 안정화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