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유일 여자축구 감독, 여자농구 이어 예민 반응
'북측' 문제삼지 않던 종전과 태도 달라져
[아시안게임] '북한' 이어 '북측' 호칭에도 발끈…"그건 바로 합시다"
북한 선수단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국가 호칭을 두고 한국 취재진에 연일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북한 여자 축구 대표팀의 리유일 감독은 30일 오후 중국 저장성 원저우의 원저우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의 8강 시합 승리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자가 북한을 "북측"이라고 부르자 강하게 반발했다.

리 감독은 마치 기자를 질책하듯 "북측이 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며 "그걸 좀 바로 합시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전날 여자 농구 남북 대결에서 북한이 패배한 뒤 기자회견에서도 선수단 관계자가 기자의 '북한' 언급에 "우리는 'DPRK'(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다.

'노스 코리아'(North Korea)라고 부르지 말라. 그것은 좋지 않다.

이름을 정확히 불러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아시안게임] '북한' 이어 '북측' 호칭에도 발끈…"그건 바로 합시다"
북한이 국제대회에서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불러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드문 일은 아니다.

북한이라는 명칭은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에 토대를 둔 표현인 만큼 북한은 이를 불편하게 여긴다.

지난 2018년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가 미국 정부가 발급해준 면세 카드에 '북한'(North Korea)이라고 적힌 것을 외교 문제로 삼은 적이 있고, 2009년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당시 한국을 찾은 김정훈 북한 축구 대표팀 감독도 국가 명칭을 정확하게 써달라고 요구했었다.

이 때문에 남북 회담이나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이 만나는 행사가 있을 때 우리 취재진은 기자회견 등 북한 사람과 접촉하는 상황에 보통 '북측' 표현을 써 왔다.

그동안 북한은 이러한 '북측' 표현은 대체로 문제 삼지 않아왔는데, 이번 대회 기자회견에서는 이마저도 강하게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최근 남북관계가 극도로 악화한 가운데 북한 선수단이 대회 기간 한국 취재진의 질문을 무시하며 '냉대'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 선수단은 취재진뿐만 아니라 과거 '단일팀' 등을 계기로 친분이 있는 한국 선수들에게조차 냉랭한 태도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격한 반응을 보인 리유일 감독은 북한판 'WK리그'인 '여자 1부류 축구연맹전' 2021∼2022 시즌에서 우승한 '내고향여자축구선수단'의 감독이다.

그는 북한이 지난 3월 선정한 '2022 최우수 감독'에도 뽑혔다.

그는 1966년 북한이 제8회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했을 당시 골키퍼였던 리찬명의 아들이기도 하다.

[아시안게임] '북한' 이어 '북측' 호칭에도 발끈…"그건 바로 합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