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개인 텃밭 경작…50가지 이상 작물 재배
잦은 폭우·가뭄, 기후 변화 실감…"텃밭 가꾸기는 행복한 노동"

[※ 편집자 주 = 건축물 등 도시의 다양한 생활공간에서 농사를 짓는 '도시농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큽니다.

농사는 농촌에서만 짓는다는 개념이 바뀐 지 오래입니다.

정부가 추산한 도시농업 종사자가 200만명에 육박합니다.

도심 텃밭에서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는 시민이 날로 증가 추세입니다.

연합뉴스는 새로운 문화이자 트렌드가 된 도시농업 이모저모를 알려주는 세 편의 기사를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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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시농부] ③ "야채 사려고 마트에 갈 일 없어요"(끝)
박찬숙(58) 씨는 경남 창원시 한 요양보호센터에서 일하는 직장인이자 도시농부 실천 주부다.

그는 농촌에서 태어나지도, 농사일도 모르고 컸다.

서울시민으로 살다 26살 때 창원시로 내려왔다.

그런 사람이 이제는 도시농업 입문 시민에게 농사비결을 알려주는 강사로 나설 정도로 전문가가 됐다.

"아이들이 크면서 함께 매실, 사과나무를 심어 키워 본 적도 있고, 작물을 기르고픈 마음이 예전부터 있었어요.

그러다 2012년 우연히 도시농업 수강을 알리는 창원시 현수막을 보고 신청을 했지요.

"
창원시 도시농부학교 2기생으로 시작한 도시농부 생활이 10년을 훌쩍 넘었다.

[나는 도시농부] ③ "야채 사려고 마트에 갈 일 없어요"(끝)
박 씨는 창원시 의창구 외곽에 약 200평 규모 개인 텃밭이 있다.

15년 전 구입한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이지만, 박 씨 부부는 텃밭으로 활용한다.

그는 주말이나 대체 휴무일 등 시간 날 때마다 텃밭에 들른다.

그는 이 땅을 '텃밭 놀이터'이자 '텃밭 마트'라고 불렀다.

텃밭에서 만난 박 씨는 "1년 내내 따거나 캐어 먹을 수 있는 걸 중심으로 50가지가 넘는 작물을 조금씩 기른다"며 "야채를 사려고 마트에 갈 일은 거의 없어요"라고 했다.

그렇게 말하며 김 씨가 호미로 땅을 몇 번 파자 땅콩이 덩굴 째 딸려 나왔다.

땅콩을 한 소쿠리 캔 김 씨는 이번엔 바로 옆에서 부추를 수확하고, 가지 10여개를 땄다.

"봄에는 감자, 상추, 고추, 오이를 기르고 여름에는 참깨, 파를, 겨울에는 시금치, 봄동, 무, 쪽파를 키워 먹어요.

단감, 미니사과, 양파, 울금, 산마늘(명이나물), 취나물, 참나물, 아스파라거스도 재배하고…."
밭 한쪽에는 추억을 남기려고 심었다는 목화가 하얀 솜을 드러냈다.

박 씨는 쌈 채소, 마늘, 양파 등 가정에서 거의 매일 소비하는 작물이 도시농업에 적합한 작물이라고 소개했다.

도시농업에 빠져드는 이유, 장점이 뭘까.

박 씨는 "내가 기른 것을 내가 먹거나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건강한 재료로 건강한 식탁을 만들 수 있어서 좋다"고 강조했다.

[나는 도시농부] ③ "야채 사려고 마트에 갈 일 없어요"(끝)
"텃밭에서 바로 수확한 걸 쓰니 굉장히 싱싱하죠. 또 농약보다는 친환경으로 작물을 재배하니 안전하기도 해요.

우리 텃밭에 놀러 오는 지인 몇몇은 벌레가 있는 걸 보고 굉장히 놀라는 분도 있어요.

도시인들은 크고 보기 좋은 것만 좋은 야채라고 생각하잖아요.

저는 작물에 등급을 매겨 잘생긴 거는 비싸게 팔고 벌레 먹어 못난 거는 버리는 게 마음이 들지 않아요.

다 똑같은 작물들인데…."
그는 10년 넘게 도시농부를 하다 보니 기후변화까지 체험한다고 했다.

"기후변화를 확실히 느껴요.

10여년 전 처음 도시농업을 할 때는 여기 텃밭에 물탱크가 별로 없었어요.

그때는 씨앗을 뿌리고 '비가 좀 올 땐데…'라고 생각하면 적절하게 비가 내렸어요.

근데 지금은 보시다시피 텃밭에 '빗물 저금통'(물탱크)을 5개나 만들어 놨어요.

언제부터인지 비가 팍 내렸다가, 또 어느 때는 오래 가물기도 하고. 할 수 없이 텃밭에 쉼터용으로 설치한 가설 건축물 위에 물받이를 설치하고, 물탱크에 빗물이 들어가게 해놨죠"
박 씨는 자기 땅이 없어도 도시농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요즘 웬만한 도시에서는 다 공공용지를 활용해 텃밭, 주말농장 분양을 해요.

신청해서 몇평짜리 땅에서 이것저것 키워보다 재미를 붙이면, 땅을 빌려도 되고 여력이 있으면 땅을 사서 본격적으로 해도 됩니다.

"
그러면서 그는 "제가 기본지식이 없어 처음 텃밭 농사를 시작할 때 '연작'(같은 땅에 같은 작물을 해마다 심음) 피해도 생기고, 헛심만 썼다"며 "농사 경험이 없다면 지자체가 운영하는 도시농부학교를 다니거나 유튜브로 작물 선택, 재배법 등을 배워서 시작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박 씨는 마지막으로 도시농부여서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텃밭 농사를 하면서 저나 가족이 조금 더 건강해졌다고 느낀다"며 "한여름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일해도 텃밭 가꾸기는 저한테 행복한 노동"이라고 말했다.

[나는 도시농부] ③ "야채 사려고 마트에 갈 일 없어요"(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