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밀서 찾는 두뇌 싸움…후반부에선 애국주의 색채
끝까지 가는 반전과 스릴…장이머우 감독 신작 '만강홍'
12세기 초 중국의 송나라는 북방 여진족이 세운 금나라의 침공으로 수도를 빼앗겼다.

남쪽으로 밀려나 명맥을 이어간 왕조를 남송이라고 부른다.

남송의 자존심을 지킨 건 명장 악비였다.

북벌에 나선 그는 승전을 거듭해 금나라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문무를 겸비했던 악비는 무인의 기상과 애국의 마음을 담은 '만강홍'(滿江紅)이란 제목의 시를 남겼다.

주전론자인 악비와 정치적으로 대립한 인물이 남송의 재상 진회였다.

금나라와의 화친을 주장했던 진회는 악비를 모함해 반역죄를 덮어씌워 처형했다.

중국에서 악비는 충신의 상징으로, 진회는 간신의 상징으로 남았다.

중국의 거장인 장이머우 감독의 신작 '만강홍: 사라진 밀서'(이하 만강홍)는 악비가 처형당하고 5년이 지난 때를 시간적 배경으로 한다.

진회(레이자인 분)는 금나라 사신을 맞이하기 위해 수천 명의 병력을 이끌고 접경지로 간다.

금나라 사신은 진회의 주둔지에 당도하자마자 새벽에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금나라 사신이 지니고 있던 밀서마저 어디론가 사라진다.

누군가의 손에 밀서가 들어간다면 그 내용에 따라서 진회가 엄청난 궁지에 몰릴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금나라 사신의 죽음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던 병사 장대(선텅)에게 '목숨을 살려줄 테니 두 시간 내로 밀서를 찾아내라'는 진회의 명령이 떨어진다.

지휘관 손균(이양첸시), 무희 요금(왕자이), 하 대인(장이), 무 대인(위에윈펑)도 각기 다른 동기로 밀서를 찾는 데 뛰어든다.

이들이 밀서를 찾아낸다고 해도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밀서의 내용을 봤을 것이란 의심을 살 경우 진회가 가만 놔둘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결국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고도의 계산을 해야만 한다.

끝까지 가는 반전과 스릴…장이머우 감독 신작 '만강홍'
'만강홍'은 기본적으로 추리극인 데다 마지막까지 반전을 거듭해 관객은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밀서를 찾아 나선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벌이는 두뇌 싸움을 중심으로 전개되던 이야기는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선명한 애국주의를 드러낸다.

이는 병사들이 악비의 시 만강홍을 한목소리로 읊는 장면에서 절정에 달한다.

오늘날 중국의 애국주의를 떠올리는 관객은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장이머우 감독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는 이번에도 빛을 발한다.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을 조합해내는 능력도 돋보인다.

이 때문에 두 시간 반이 넘는 상영 시간이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은 독특한 느낌을 준다.

등장인물들은 좁은 골목으로 이어진 미로 같은 공간을 끊임없이 맴돈다.

관객은 미로에서 헤매는 꿈을 꾸는 듯한 느낌에 빠져든다.

이들이 밀서의 행방에 관한 실마리를 좇아 급히 발걸음을 옮길 땐 카메라가 바로 위에서 이들을 내려다보고, 중국어 랩이 들어간 힙합풍의 배경음악이 깔리는 것도 흥미롭다.

장 감독은 데뷔작인 '붉은 수수밭'(1989)으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데 이어 '귀주 이야기'(1992)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인생'(1995)으로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거장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통하는 그는 '영웅'(2002)과 '황후화'(2006)에서 보듯 중국 역사를 소재로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내는 데 뛰어난 솜씨를 발휘했다.

'만강홍'은 올해 초 중국에서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는 등 흥행했다.

10월 11일 개봉. 158분. 15세 관람가.

끝까지 가는 반전과 스릴…장이머우 감독 신작 '만강홍'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