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군부 1인자 교체…우크라전 향방은?
미국 군부의 일인자인 합참의장이 29일(현지시간) 교체됐다.

퇴임하는 마크 밀리(4성 장군) 의장은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부터 서방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수석 군사 고문으로서 우크라이나전의 변곡점마다 미국의 군사적 결단을 좌우했다.

우크라이나가 수도 함락 위기를 피하는 데 필요했던 무기 지원부터 영토 탈환전에 나설 무기와 장병의 훈련까지 밀리 의장이 손을 거쳐 갔다.

밀리 의장은 우크라이나전에서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 총사령관과 계속 손발을 맞춰왔으며, 내부적으로는 4성 장군 출신인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과 쌍두마차를 이뤄 서방의 군 수뇌부를 이끌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했다.

하지만 밀리 의장이 떠나는 시점이 공교롭게도 우크라이나 전황에 전략적으로 불안이 가중되는 시기여서 앞으로의 전황에 관심이 쏠린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미국에서는 야당 공화당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대적 추가지원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에서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의 동부 최전방인 폴란드가 농산물 수출입 문제로 우크라이나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마크 캔션 선임고문은 합참의장 교체가 잠재적 전환점에 함께 등장한 변수라고 지적했다.

캔션 고문은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반격 작전이 실패하거나 러시아 방어지역을 중대한 방식으로 돌파하지 못한다면 전쟁이 끝을 알 수 없는 상태로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방으로서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태도를 바꿔야 할 필요성이 부각될 수 있는 시점이라는 얘기다.

후임자인 C.Q 브라운 공군 참모총장은 밀리 의장과 성향이 크게 다르다. 폴리티코는 밀리 의장이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의 활력이 넘치는 인물이지만 브라운 의장은 조용한 책략가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성향차가 우크라이나전 지원 역학 구도에 어떤 변화를 줄지를 주목할 포인트로 제시했다.

일단 우크라이나는 밀리 의장이 그동안 미국이 보유한 무기를 지원하는 데 계속 뜸을 들여온 만큼 신임 브라운 의장에게 거는 기대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폴리티코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브라운 의장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정부 고문을 인용해 보도했다.

브라운 의장이 미국 공군참모총장으로서 데이비드 앨빈 공군 참모차장(차기 참모총장)과 함께 우크라이나에 대한 F-16 전투기 지원을 처음부터 꾸준히 옹호했다는 사실이 그 배경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브라운 신임 의장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종전보다 과감하게 밀어붙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단 우크라이나의 영토 탈환전이 구체적 성과를 보이지 못한 채 소모전 양상을 보이자 미국과 동맹국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미군은 전쟁 초반과 달리 긴급사태 때 쓰려고 비축해놓은 무기 재고가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추가지원이 더 부담스럽기도 하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내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우크라이나전 지원에 대한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 대선주자들에게서는 지원의 비효율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벌써 나오고 있다.

CSIS의 캔션 선임고문은 "밀리 의장은 물자가 많고 정치적 지지도 많아 쉬운 상황이었다"며 "브라운 의장은 물자도, 정치적 지지도 더 적은 상황"이라고 폴리티코에 설명했다.

(사진=AP 연합뉴스)


이휘경기자 ddeh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