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인민회 연설…"서방 패권전략에 반기든 국가와 연대 강화"
'적의 적은 아군'…북한 김정은, 반미외교 가속화 의지 공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미국에 불만을 품은 나라들과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국제 무대에서 외교적으로 사실상 고립 상태에 빠진 북한이 미국에 적대적인 나라들과 손을 잡고 미국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키워나가겠다는 뜻을 공표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6∼27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미국과 서방의 패권 전략에 반기를 든 국가들과의 연대를 가일층 강화해 나갈 데 대하여 강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아울러 "우리 혁명에 유리한 조건과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대외활동을 폭넓고 전망성 있게 벌리는 것과 함께 반제 자주적인 나라들의 전위에서 혁명적 원칙, 자주 적대를 확고히 견지하겠다"고 밝혔다고 통신이 전했다.

김 위원장이 여기서 언급한 "미국과 서방의 패권 전략에 반기를 든 국가들"은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주도하는 제재로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들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각종 제재에 시달리고 있는 러시아가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를 찾아 지난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났고 그 전후로 우주기지와 군사시설 등을 둘러봤다.

러시아가 지난해 2월부터 1년 7개월 동안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면서 부족한 무기를 북한에서 공급받고, 북한은 그 대가로 러시아에서 군사 기술과 식량 등을 넘겨받을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끝나고 어떤 합의에 이르렀는지 공개하지 않았으나,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답방할 것이라는 발표가 나온 점으로 미뤄봤을 때 양국 간 교류가 힘을 받을 전망이다.

한국과 미국, 일본 그리고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신냉전 대결 구도가 선명해지는 와중에 미국과 전략 경쟁 내지는 갈등을 이어가는 중국과 북한의 우호적인 관계는 외교적 상수에 가깝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북한 정권 수립 75주년을 맞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보낸 축전에 21일 답신을 보내 북한에 대한 "중국 당과 정부와 인민의 변함없는 지지와 성원"에 사의를 표했다.

앞서 시 주석은 김 위원장에게 "국제 및 지역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전통적인 중조(중북) 친선협조 관계를 훌륭히 발전시키는 것은 시종일관 중국 당과 정부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는 서한을 보냈다.

북한은 서방과 각을 세우고 있는 러시아, 중국 외에도 시리아, 쿠바 등 미국 국무부가 지정한 테러지원국으로 이름을 올린 나라들과도 꾸준히 외교적 접점을 유지해왔다.

러시아의 대표적인 우방국으로 분류되는 시리아와는 각종 계기가 있을 때마다 최고지도자와 외무상 등이 축전과 선물을 주고받으며 우호를 다져왔다.

지난 6월에는 김혜룡 시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시리아 의회 북한친선위원회 의원들과 만나 의회, 경제, 교육, 농업 분야에서 교류를 확대해 나가자고 의기투합했다.

서반구 유일의 공산국가인 쿠바와도 1960년 수교를 맺은 이후 반미(反美)를 기치로 외교적 현안이 있을 때마다 결이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끈끈한 우정을 과시해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디아스카텔 쿠바 대통령이 북한 정권 수립 75주년을 축하해준 데 감사를 표하는 답전에서 양국 관계가 "세기와 세대를 이어 끊임없이 강화 발전됐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