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인승 승합차에 카시트만 5개…도착 전까지 '비상 체제'
1년간 집 떠나는 엄마…"군인 가족 숙명…헤쳐 나갈 것"
"군사작전보다 힘들지도"…다섯쌍둥이의 '시끌벅적' 귀성길
"우리 '오둥이' 데리고 할머니댁에 잘 다녀오겠습니다.

"
육군 17사단 김진수·서혜정 대위는 2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두살배기 다섯쌍둥이 자녀를 데리고 귀성길에 오르며 밝게 인사를 전했다.

2021년 11월 세상의 빛을 본 소현·수현·서현·이현·재민이는 이번이 두번째 추석이다.

김 대위는 이날 새벽 인천 계양구 자택을 출발해 경남 창원에 있는 아이들의 할머니댁으로 향했다.

그는 다섯쌍둥이의 안전한 귀성길을 위해 아내와 함께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고 했다.

차로 5∼6시간 걸리는 거리를 움직여야 하다 보니 돌발 변수를 줄이기 위해선 아이들이 잠든 새벽 시간을 틈타 신속히 '이송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

이들 가족의 이동을 책임지는 9인승 승합차에는 카시트 5개가 나란히 설치됐고 짐 가방에는 아이들 끼니를 위한 유아용 밀키트 등 '비상 식량'도 가득 담겼다.

부부가 운전석과 조수석에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눌 겨를은 없다.

김 대위는 운전대를 잡고 아내인 서 대위는 아이들을 돌보다 보니 조수석은 비어있을 때가 많다.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 상황도 있어 도착 전까지는 늘 '비상 대기 체제'가 유지된다.

김 대위는 "차량이 멈춰 서면 아이들이 울기 시작하기 때문에 조용한 새벽에 신속히 움직이려고 한다"며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항상 문제는 발생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군사작전보다 힘들지도"…다섯쌍둥이의 '시끌벅적' 귀성길
이들 가족은 추석 당일인 29일에는 밀양의 증조할머니댁으로 이동한다.

다섯쌍둥이 출생 이후 20여명의 대가족이 모이는 명절의 풍경도 확 달라졌다.

아기 울음소리가 귀한 시대에 다섯쌍둥이의 등장은 그 자체로 집안의 축복이었다.

구순을 바라보는 증조부(89)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증손들을 보고 "아이고 귀엽다.

잘 자란다"를 연신 외치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고 했다.

김 대위는 "원래는 초등학생인 제 사촌 동생이 제일 어렸는데 갑자기 아가들이 많아졌다"며 "어르신들도 한층 환해진 분위기에 무척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설 때와 달리 아이들이 '엄마·아빠·맘마'처럼 두 글자 단어를 말할 수 있어 이번 추석에는 또 다른 매력 포인트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다섯쌍둥이는 2021년 11월 18일 오후 10시께 서울대병원에서 태어났다.

다섯쌍둥이 출산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로 국내에서는 1987년 이후 34년 만의 일이었다.

출생 당시 1㎏ 정도 몸무게로 일반 태아보다 다소 왜소했던 다섯쌍둥이는 어느덧 무럭무럭 자라 몸무게 10∼12㎏에 키 80㎝가 됐다.

"군사작전보다 힘들지도"…다섯쌍둥이의 '시끌벅적' 귀성길
요즘에는 아이들이 걷거나 뛰기 시작하면서 활동량이 크게 늘어 김 대위 부부의 육아 분투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한다.

김 대위는 "외출하면 아이들이 어디로 움직일지 모르니 품에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며 "체력이 2배로 소진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군인 부부로서 현실적으로 마주해야 할 안타까운 상황도 있다.

아내인 서 대위가 다음 달 인천을 떠나 다른 지역에 있는 교육 기관에 입소해 1년간 생활하게 된 것이다.

평소 외출을 할 수는 있지만, 지방에서 인천 자택을 오가려면 영락없는 주말 부부 신세다.

오는 11월 두돌을 맞는 다섯쌍둥이와 김 대위 부부에게는 새로운 도전인 셈이다.

김 대위는 "아내가 걱정을 많이 하지만, 군인 가족으로서 숙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이들 할머니와 돌봄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주어진 상황을 잘 헤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아이들이 태어날 때 모습이 생생한데 그동안 주변의 배려와 관심 속에 다섯쌍둥이가 잘 자라고 있다"며 "앞으로도 행복한 가정을 이루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