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산불로 여읜 아빠 첫 제사…제기도 다 타" 이재민 시름 속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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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산불 이후 첫 명절…"일상 회복이 가장 걱정·더딘 복구 답답"
시, 명절 지원금 일괄 지급 예정…"피해 복구에 최선 다해 뒷받침" "산불로 아버지를 여의고 이번 추석에 첫 차례를 지내는 건데, 음식 올릴 제기도 다 타고 남은 게 없어서 예전에 하던 만큼은 준비를 못 할 것 같아요.
"
추석 연휴를 사흘 앞둔 지난 25일 강원 강릉시 경포 일원에서 만난 전찬기(53)씨는 "사는 게 사는 것 같지도, 추석이 추석 같지도 않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거센 강풍을 타고 확산한 산불이 순식간에 경포 일대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지난 4월, 전씨는 화마(火魔)에 소중한 아버지를 잃었다.
산불 이후 맞는 첫 명절이지만, 전씨 얼굴에는 가족과의 조우를 기다리는 설렘보다는 회복되지 못한 일상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평소 지병도 없던 아버지였기에 죽음이 더 갑작스러웠어요.
당일까지도 당신께서 직접 차를 끌고 일하러 다녀오실 정도로 멀쩡하셨는데…. 유독 그날따라 바람이 많이 불어서 집에 잠깐 들어가셨다가 그만…." 전씨 어머니는 조상의 제사를 더 이상 지내지 않기로 고한 지 2년 만에 아버지를 보내고 "눈 감는 날까지 남편 차례를 지내려고 한다"며 울음을 삼켰다.
90세 가까운 지긋한 나이에도 다시 제사를 지내자는 어머니의 말 한마디에 전씨도 미어지는 가슴을 뒤로 하고 작은 상과 음식 몇 가지를 준비했다.
전씨처럼 최소한의 물품 등으로 차례상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가족이 있는가 하면 여의찮은 주거 환경 탓에 아예 차례를 지내지 않기로 한 이재민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비좁은 공간에서 음식을 하기 어렵거나 가족들을 부를 수 없어 명절을 제대로 보낼 수 없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한 임시 조립주택에서 만난 김모(76) 할머니는 "사는 게 이래서 이번 추석 때는 차례를 못 지낼 것 같다"며 "차례상에 올릴 제대로 된 그릇 하나 남은 게 없고 조립주택에서 손주들 재울 공간도, 요리할 공간도 마땅치가 않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추석을 쇠는 것보다도 마음속에 트라우마가 더 크다"며 "조금만 불안하면 팔다리가 찌르릉찌르릉 아려오고 어떨 때는 가슴이 너무 답답해 숨을 쉬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최양훈(48) 비대위원장도 "이재민들에게는 추석보다도 원상복구가 더 걱정"이라며 "일상 회복이 이렇게 더딘 상황에서 이전처럼 명절을 보내기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처럼 펜션을 운영하다가 산불로 하루아침에 건물을 잃은 상인들에게는 여름철 해수욕장 개장 기간에 이어 추석 연휴 기대한 특수도 요원한 일이 됐다.
최 위원장은 "이번 추석 명절처럼 연휴가 길면 상인들이 한창 관광객 맞이할 준비로 바빴을 텐데 장사도 못 하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했다.
부모님이 하던 펜션을 물려받아 운영하기 시작한 지 1년도 채 되기도 전 화마에 빼앗긴 이정훈(27)씨도 "갑작스레 생계 수단을 잃어 막막하다"며 "최근에는 펜션을 다시 지으려고 설계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지만 만만치 않은 비용 탓에 다시 일어서기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강릉에서 이번 산불로 피해를 본 주민은 274가구 551명이다.
이 가운데 106가구 219명이 조립주택에, 59가구 138명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시주택 등에서 머물고 있다.
일부 이재민들은 친인척 집에서 생활하거나 원래 살던 주택 등으로 돌아갔다.
임시주거시설에서 살고 있는 이재민들의 상당수는 펜션, 민박 등 숙박시설을 운영하던 상인들이다.
화재로 인해 하루아침에 실직 상태에 놓인 이들은 경제적 활동을 하기도 어려워 그저 막막한 심정으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민들은 더딘 복구에 답답함을 호소하며 지자체 등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최 위원장은 "도와 시가 함께 소상공인 신용보증기금 이자 지원 등 경제적 뒷받침을 해주는 등 이른 시일 안에 이재민들의 생활이 복구될 수 있도록 조치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시 관계자는 27일 "이재민들에게는 명절 지원금을 일괄 지급할 예정"이라며 "피해 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시, 명절 지원금 일괄 지급 예정…"피해 복구에 최선 다해 뒷받침" "산불로 아버지를 여의고 이번 추석에 첫 차례를 지내는 건데, 음식 올릴 제기도 다 타고 남은 게 없어서 예전에 하던 만큼은 준비를 못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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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사흘 앞둔 지난 25일 강원 강릉시 경포 일원에서 만난 전찬기(53)씨는 "사는 게 사는 것 같지도, 추석이 추석 같지도 않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거센 강풍을 타고 확산한 산불이 순식간에 경포 일대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지난 4월, 전씨는 화마(火魔)에 소중한 아버지를 잃었다.
산불 이후 맞는 첫 명절이지만, 전씨 얼굴에는 가족과의 조우를 기다리는 설렘보다는 회복되지 못한 일상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평소 지병도 없던 아버지였기에 죽음이 더 갑작스러웠어요.
당일까지도 당신께서 직접 차를 끌고 일하러 다녀오실 정도로 멀쩡하셨는데…. 유독 그날따라 바람이 많이 불어서 집에 잠깐 들어가셨다가 그만…." 전씨 어머니는 조상의 제사를 더 이상 지내지 않기로 고한 지 2년 만에 아버지를 보내고 "눈 감는 날까지 남편 차례를 지내려고 한다"며 울음을 삼켰다.
90세 가까운 지긋한 나이에도 다시 제사를 지내자는 어머니의 말 한마디에 전씨도 미어지는 가슴을 뒤로 하고 작은 상과 음식 몇 가지를 준비했다.
전씨처럼 최소한의 물품 등으로 차례상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가족이 있는가 하면 여의찮은 주거 환경 탓에 아예 차례를 지내지 않기로 한 이재민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비좁은 공간에서 음식을 하기 어렵거나 가족들을 부를 수 없어 명절을 제대로 보낼 수 없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한 임시 조립주택에서 만난 김모(76) 할머니는 "사는 게 이래서 이번 추석 때는 차례를 못 지낼 것 같다"며 "차례상에 올릴 제대로 된 그릇 하나 남은 게 없고 조립주택에서 손주들 재울 공간도, 요리할 공간도 마땅치가 않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추석을 쇠는 것보다도 마음속에 트라우마가 더 크다"며 "조금만 불안하면 팔다리가 찌르릉찌르릉 아려오고 어떨 때는 가슴이 너무 답답해 숨을 쉬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최양훈(48) 비대위원장도 "이재민들에게는 추석보다도 원상복구가 더 걱정"이라며 "일상 회복이 이렇게 더딘 상황에서 이전처럼 명절을 보내기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처럼 펜션을 운영하다가 산불로 하루아침에 건물을 잃은 상인들에게는 여름철 해수욕장 개장 기간에 이어 추석 연휴 기대한 특수도 요원한 일이 됐다.
최 위원장은 "이번 추석 명절처럼 연휴가 길면 상인들이 한창 관광객 맞이할 준비로 바빴을 텐데 장사도 못 하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했다.
부모님이 하던 펜션을 물려받아 운영하기 시작한 지 1년도 채 되기도 전 화마에 빼앗긴 이정훈(27)씨도 "갑작스레 생계 수단을 잃어 막막하다"며 "최근에는 펜션을 다시 지으려고 설계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지만 만만치 않은 비용 탓에 다시 일어서기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강릉에서 이번 산불로 피해를 본 주민은 274가구 551명이다.
이 가운데 106가구 219명이 조립주택에, 59가구 138명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시주택 등에서 머물고 있다.
일부 이재민들은 친인척 집에서 생활하거나 원래 살던 주택 등으로 돌아갔다.
임시주거시설에서 살고 있는 이재민들의 상당수는 펜션, 민박 등 숙박시설을 운영하던 상인들이다.
화재로 인해 하루아침에 실직 상태에 놓인 이들은 경제적 활동을 하기도 어려워 그저 막막한 심정으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민들은 더딘 복구에 답답함을 호소하며 지자체 등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최 위원장은 "도와 시가 함께 소상공인 신용보증기금 이자 지원 등 경제적 뒷받침을 해주는 등 이른 시일 안에 이재민들의 생활이 복구될 수 있도록 조치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시 관계자는 27일 "이재민들에게는 명절 지원금을 일괄 지급할 예정"이라며 "피해 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