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보복' 주장 이어갈 듯…'방탄 논란'에 명분 퇴색 지적도
[이재명 영장기각] 최대 위기 넘어 생환…검찰에 일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자신을 겨냥한 전방위적 수사를 거듭해 온 검찰에 일격을 날렸다.

27일 백현동 개발특혜·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청구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다.

앞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으로 청구된 구속영장을 국회 체포동의안 부결로 피한 데 이어, 두 번째 구속영장은 법정 대결까지 간 끝에 '생환'에 성공했다.

이 대표로서는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에서 잠정적이나마 '판정승'을 거뒀다는 점에서 영장 기각의 의미가 작지 않다.

이미 재판에 넘겨진 대장동 의혹 등을 포함한 검찰 수사가 '정치 보복'이었다는 주장에 힘을 실을 발판을 마련했다.

다만 거듭된 체포동의안 부결 요청에 따른 '방탄 논란'으로 이런 주장의 명분이 다소 퇴색된 데다, 아직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도 여러 건이라는 점에서 '사법 리스크'가 끝난 것은 아니란 평가도 나온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는 약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선을 반년가량 앞둔 2021년 9월 제기된 대장동 의혹이 발단이었다.

이 대표가 민간업자에 천문학적 이익을 몰아준 특혜의 몸통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치열했던 대선 속에 흐지부지되는 듯했던 수사는 정권교체 후 수사팀이 재정비되면서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민간업자 남욱 변호사 등이 입장을 바꿔 이 대표를 꼭짓점으로 지목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서울중앙지검은 올해 1월 이 대표를 소환 조사하고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수사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묶어 첫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재명 영장기각] 최대 위기 넘어 생환…검찰에 일격
당시 국회가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면서 이 대표는 첫 위기를 넘겼다.

영장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 없이 자동 기각됐다.

검찰은 3월 이 대표를 4천895억원대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업자들에게 211억원대 부당이득을 줬다는 내용의 위례신도시 의혹, 기업들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133억원대 후원금을 받았다는 내용의 성남FC 의혹도 포함했다.

이 대표는 이에 앞서 대선 후보 시절 방송 인터뷰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도 지난해 9월 불구속기소됐다.

검찰은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2라운드' 준비에 나섰다.

백현동 의혹은 지난 대선 국면에서 대장동 의혹과 함께 제기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올해 1월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관련 사건을 이송받은 뒤 민간업자들을 잇달아 구속한 끝에 이 대표까지 다다랐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수사는 해외 도피 중이던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올해 초 국내에 송환돼 수사에 협조하면서 급진전했다.

검찰은 지난달 백현동 의혹으로 한 차례, 이달 대북송금 의혹으로 두 차례 이 대표를 소환조사했다.

이 대표는 앞서 대장동·성남FC 사건 수사를 포함해 총 6차례 검찰에 출석했다.

소환조사를 전후로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이 대표는 병원에 실려 간 날 검찰의 두 번째 구속영장 청구서를 받았다.

이번에는 체포동의안 부결 호소에도 당내 '반란표'가 속출하면서 영장심사 법정에 서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9시간 넘는 심문 끝에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받아냈다.

다만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이 가결된 데서 보이듯 이 대표가 정치적 차원에서는 '상처뿐인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법률적으로도 완전한 승리를 거둔 것은 아니다.

이날 법원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에 대해서는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백현동 의혹에는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위증교사 혐의에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당면한 법률적·정치적 위기를 모두 타개하기 위해 향후 법정 투쟁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아내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