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역할 배우의 실종… 츄리닝 입은 막내가 무대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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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송용진의 Oh! 매지컬 뮤지컬
지난주, 8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셜록 홈즈-앤더슨가의 비밀’의 첫 공연을 올렸다. 초연부터 전 시즌을 참여한 공연이지만, 셜록 홈즈 역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모두 힘든 역할이라 무척 긴장하며 무대에 올랐다.
이번 공연은 특별히 초연에 함께 했던 배우들이 다시 뭉쳐서 더 의미가 있고, 개인적으로는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만큼 더욱 깊이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 더 열심히 준비했다. 창작진도 이 공연에 많은 애정을 품고 있어서 일부 장면의 수정과 그에 맞는 새로운 넘버를 준비했고, 무대에도 지난 시즌들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해서 두산 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보기 힘든 물량의 무대를 사용하고 있다.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천재 탐정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조금의 실수도 허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은 대사의 실수도 하지 않기 위해 정말 많은 양의 연습이 필요하다. 나름 충분히 연습이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첫 무대에 오르기 전 무척이나 긴장되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큰 긴장감이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그 긴장감을 유지하며 실수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차분하게 연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큰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무대에 등장한 벤치가 무언가에 걸려서 빠져나가지 못한 채 무대가 전환되어서 셜록 홈즈의 집 세트 앞에 전 장면에서 사용된 벤치가 남아있게 된 것이다. 무대 바닥에 줄을 연결해서 자동으로(무대 옆에서 스태프가 줄을 당겨서 자동으로 보이는 것이긴 하다.) 움직이는 벤치가 걸린 것이다. 벤치를 발견한 순간 흔히 말하는 동공 지진이 일어났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내 눈에는 벤치가 보이지 않는 듯이 연기를 이어갔다.
잠시 후, 상대역이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와야 하는 순간, 무대 전환을 위해 경관복을 입고 대기 중인 스태프가 등장해 벤치를 들고 무대 밖으로 사라졌다. 얼마나 황당한 경우인가? 셜록 홈즈의 집에 갑자기 경관이 등장해 벤치를 들고 나가는 모습이... 관객들 모두 ‘저 벤치를 어떻게 할까?’하고 노심초사하고 있었을 텐데, 그래도 나름 경관복을 입은 스태프를 내보내 벤치를 치우게 한 노련한 무대 감독님의 빠른 판단에 의해 극을 멈추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다.
공연하다 보면 크고 작은 실수나 다양한 사고들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늘 완벽한 공연을 위해 다들 철저히 준비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실수는 늘 따르기 마련이다. 그동안 공연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사고와 실수를 경험했다. 기억에 남는 일들을 적어 보면, 한 공연에서 내 아버지 역을 하는 선배가 등장해 총을 맞고 쓰러지면 내가 쓰러진 아버지를 붙잡고 오열해야 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그 선배가 등장하지 않고 없자 무대 옆에 트레이닝복을 입고 연습 중이던 막내 스윙 배우(혹시 모를 사고를 위해 모든 역을 연습하며 준비 중인 배우)가 무대로 뛰쳐나와 총에 맞아 쓰러졌다. 나는 분장도 없이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는 배우를 품에 안고 ‘아버지!!’하고 외치며 오열했다. 관객들은 어리둥절해했지만, 그 상태로 계속 연기를 해야 했다. 그때 무대 옆에 있던 배우가 그 스윙 배우뿐이어서 일단 뛰어나온 것이었다. 등장하지 않은 선배는 1막 첫 장면에 나오고 1시간 가까이 분장실에 있다가 1막 마지막 장면에 나와 총에 맞고 쓰러져야 하는데 분장실 소파에 앉아 있다가 깜빡 잠이 들어서 등장하지 못한 것이다.
소품 사고도 많이 있는데, 지금 공연 중인 셜록 홈즈의 왓슨 역의 배우가 총으로 상대 배우의 다리를 맞춰서 제압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 시즌에는 화약총을 사용했는데 화약총이 고장이 나서 아예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상대도 총을 들고 있는데 왓슨 역의 배우가 총이 발사되지 않자, 총을 들고 뛰어가 때려서 제압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총을 든 상대를 총으로 때려서 제압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지금은 웃으면서 추억하지만, 그때는 정말 식은땀이 나는 순간이었다. 같은 공연에서 내가 칼로 상대를 제압하는 장면이 있었다. 격투하다가 순간 실수로 칼을 놓쳤는데 칼이 날아가서 찾을 수가 없었다. 음악 안에 안무처럼 맞추어진 격투 장면이라 무조건 움직여야 했기에, 그냥 검지와 중지, 손가락 두 개를 펴서 칼처럼 상대를 제압했다. 상대 배우는 내 손가락 두 개에 칼 맞은 연기를 해야 했다.
상대 배우가 있으면 서로 도와가며 어떻게든 사고나 실수를 수습할 수 있지만 모놀로그처럼 혼자 무대를 끌고 가야 하는 공연에서는 아무도 도와줄 수가 없기에 더 난감한 일을 겪는다. 2인극 공연 중, 혼자서 30분가량을 끌고 가야 하는 공연이 있었다. 위스키를 마시고 대사를 해야 하는데 갑자기 머릿속이 하얗게 돼버렸다. 대사가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임기응변으로 한 잔을 더 마셨고, 그러면서 시간을 벌면서 다음 대사를 생각해 내려고 애를 썼다.
그래도 생각이 나지 않아 한잔을 더 마셨고, 그래도 생각이 나지 않아 병째 들고 위스키를 원샷을 하며 대사를 생각했다.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아 ‘일단 입에서 나가는 대사를 하자’하고 시작했는데 2줄 정도의 대사를 건너뛰고 대사를 하게 됐다. 인생에서 가장 긴 30초 정도의 시간이었다. 아무도 도와줄 수도, 기댈 수도 없는 상황에서 실수는 정말 끔찍한 경험이었다.
배우나 스태프 모두 실수가 없는 완벽한 공연을 하기 위해 늘 노력한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사고와 실수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무대 위는 위험한 곳이어서 부상의 위험이 늘 따른다. 무대 위의 작은 실수가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예전에 선배들이 그렇게 무대에 오르기 전에 군기를 잡았던 것 같다. 작은 실수들이 공연의 생동감을 느끼는 매력이 될 수도 있지만, 확실한 건 무대에 오르고 준비하는 사람들 모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늘 노력한다는 것이다. 오늘도 실수 없는 완벽한 공연을 위해 땀 흘리고 있는 모든 무대 예술가에게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
이번 공연은 특별히 초연에 함께 했던 배우들이 다시 뭉쳐서 더 의미가 있고, 개인적으로는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만큼 더욱 깊이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 더 열심히 준비했다. 창작진도 이 공연에 많은 애정을 품고 있어서 일부 장면의 수정과 그에 맞는 새로운 넘버를 준비했고, 무대에도 지난 시즌들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해서 두산 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보기 힘든 물량의 무대를 사용하고 있다.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천재 탐정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조금의 실수도 허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은 대사의 실수도 하지 않기 위해 정말 많은 양의 연습이 필요하다. 나름 충분히 연습이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첫 무대에 오르기 전 무척이나 긴장되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큰 긴장감이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그 긴장감을 유지하며 실수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차분하게 연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큰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무대에 등장한 벤치가 무언가에 걸려서 빠져나가지 못한 채 무대가 전환되어서 셜록 홈즈의 집 세트 앞에 전 장면에서 사용된 벤치가 남아있게 된 것이다. 무대 바닥에 줄을 연결해서 자동으로(무대 옆에서 스태프가 줄을 당겨서 자동으로 보이는 것이긴 하다.) 움직이는 벤치가 걸린 것이다. 벤치를 발견한 순간 흔히 말하는 동공 지진이 일어났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내 눈에는 벤치가 보이지 않는 듯이 연기를 이어갔다.
잠시 후, 상대역이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와야 하는 순간, 무대 전환을 위해 경관복을 입고 대기 중인 스태프가 등장해 벤치를 들고 무대 밖으로 사라졌다. 얼마나 황당한 경우인가? 셜록 홈즈의 집에 갑자기 경관이 등장해 벤치를 들고 나가는 모습이... 관객들 모두 ‘저 벤치를 어떻게 할까?’하고 노심초사하고 있었을 텐데, 그래도 나름 경관복을 입은 스태프를 내보내 벤치를 치우게 한 노련한 무대 감독님의 빠른 판단에 의해 극을 멈추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다.
공연하다 보면 크고 작은 실수나 다양한 사고들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늘 완벽한 공연을 위해 다들 철저히 준비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실수는 늘 따르기 마련이다. 그동안 공연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사고와 실수를 경험했다. 기억에 남는 일들을 적어 보면, 한 공연에서 내 아버지 역을 하는 선배가 등장해 총을 맞고 쓰러지면 내가 쓰러진 아버지를 붙잡고 오열해야 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그 선배가 등장하지 않고 없자 무대 옆에 트레이닝복을 입고 연습 중이던 막내 스윙 배우(혹시 모를 사고를 위해 모든 역을 연습하며 준비 중인 배우)가 무대로 뛰쳐나와 총에 맞아 쓰러졌다. 나는 분장도 없이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는 배우를 품에 안고 ‘아버지!!’하고 외치며 오열했다. 관객들은 어리둥절해했지만, 그 상태로 계속 연기를 해야 했다. 그때 무대 옆에 있던 배우가 그 스윙 배우뿐이어서 일단 뛰어나온 것이었다. 등장하지 않은 선배는 1막 첫 장면에 나오고 1시간 가까이 분장실에 있다가 1막 마지막 장면에 나와 총에 맞고 쓰러져야 하는데 분장실 소파에 앉아 있다가 깜빡 잠이 들어서 등장하지 못한 것이다.
소품 사고도 많이 있는데, 지금 공연 중인 셜록 홈즈의 왓슨 역의 배우가 총으로 상대 배우의 다리를 맞춰서 제압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 시즌에는 화약총을 사용했는데 화약총이 고장이 나서 아예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상대도 총을 들고 있는데 왓슨 역의 배우가 총이 발사되지 않자, 총을 들고 뛰어가 때려서 제압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총을 든 상대를 총으로 때려서 제압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지금은 웃으면서 추억하지만, 그때는 정말 식은땀이 나는 순간이었다. 같은 공연에서 내가 칼로 상대를 제압하는 장면이 있었다. 격투하다가 순간 실수로 칼을 놓쳤는데 칼이 날아가서 찾을 수가 없었다. 음악 안에 안무처럼 맞추어진 격투 장면이라 무조건 움직여야 했기에, 그냥 검지와 중지, 손가락 두 개를 펴서 칼처럼 상대를 제압했다. 상대 배우는 내 손가락 두 개에 칼 맞은 연기를 해야 했다.
상대 배우가 있으면 서로 도와가며 어떻게든 사고나 실수를 수습할 수 있지만 모놀로그처럼 혼자 무대를 끌고 가야 하는 공연에서는 아무도 도와줄 수가 없기에 더 난감한 일을 겪는다. 2인극 공연 중, 혼자서 30분가량을 끌고 가야 하는 공연이 있었다. 위스키를 마시고 대사를 해야 하는데 갑자기 머릿속이 하얗게 돼버렸다. 대사가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임기응변으로 한 잔을 더 마셨고, 그러면서 시간을 벌면서 다음 대사를 생각해 내려고 애를 썼다.
그래도 생각이 나지 않아 한잔을 더 마셨고, 그래도 생각이 나지 않아 병째 들고 위스키를 원샷을 하며 대사를 생각했다.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아 ‘일단 입에서 나가는 대사를 하자’하고 시작했는데 2줄 정도의 대사를 건너뛰고 대사를 하게 됐다. 인생에서 가장 긴 30초 정도의 시간이었다. 아무도 도와줄 수도, 기댈 수도 없는 상황에서 실수는 정말 끔찍한 경험이었다.
배우나 스태프 모두 실수가 없는 완벽한 공연을 하기 위해 늘 노력한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사고와 실수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무대 위는 위험한 곳이어서 부상의 위험이 늘 따른다. 무대 위의 작은 실수가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예전에 선배들이 그렇게 무대에 오르기 전에 군기를 잡았던 것 같다. 작은 실수들이 공연의 생동감을 느끼는 매력이 될 수도 있지만, 확실한 건 무대에 오르고 준비하는 사람들 모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늘 노력한다는 것이다. 오늘도 실수 없는 완벽한 공연을 위해 땀 흘리고 있는 모든 무대 예술가에게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