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탈출 도중 주유소 폭발해 290명 부상…주민 12% 탈출 감행
나고르노-카라바흐 주유소 폭발 사고로 최소 20명 숨져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영토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25일(현지시간) 주유소 폭발 사고가 발생해 최소 20명이 숨졌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 자치 세력은 현지 스테파나케르트 외곽의 한 주유소에서 폭발이 일어나 13명이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7명은 치료 도중 사망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세력은 이 밖에도 290명이 다쳐 병원에 옮겨졌고, 그중 상당수가 위중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당초 이 사고가 알려진 직후엔 200여명이 다쳤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으나, 사고 수습이 진행되면서 사망자가 늘고 있다.

이번 폭발 사고는 아제르바이잔이 나고르노-카라바흐를 장악한 뒤 공포에 휩싸인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이 대탈출을 감행하던 중 발생했다.

아르메니아 정부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 장악 이후 26일 오전까지 현지 주민의 12%에 달하는 1만3천500여명이 탈출 길에 올랐다.

사고 현장인 주유소에서도 나고르노-카라바흐를 탈출하려던 차들이 기름을 넣기 위해 줄지어 서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폭발 사고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주유소 폭발 사고로 최소 20명 숨져
아르메니아 보건부는 26일 헬기를 통해 폭발 현장의 부상자 일부를 이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실 외교정책 고문 히크메트 하지예프는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현장에 화상 치료제와 인도적 구호품을 전달했다"고 적었다.

수개월째 휘발유 공급 부족에 시달리던 나고르노-카라바흐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폭발 사고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스테파나케르트는 아르메니아 국경까지 약 35㎞ 떨어져 있어 차량 없이는 탈출이 쉽지 않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은 국제적으로는 아제르바이잔의 일부로 인정되지만, 아르메니아인들이 대거 거주하고 있어 분쟁이 잦았다.

12만명에 달하는 이곳 아르메니아계 주민은 '아르차흐 공화국'이라는 국가를 세우고 아르메니아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분리독립을 요구해왔다.

그러던 중 아제르바이잔은 지난 19일 '대테러 작전'을 벌인다며 나고르노-카라바흐 일대를 공격했고, 하루 만인 20일 자치 세력으로부터 항복을 받아내며 사실상 이 지역을 장악했다.

아제르바이잔은 이후 아르메니아계 주민의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은 인종청소에 대한 우려로 잇따라 탈출행렬에 합류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