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발작'…원·달러 환율 1348원 연중 최고
원·달러 환율이 26일 12원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올해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국내 외환·채권시장에 ‘긴축 발작’이 일어나는 양상이다.

2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2원 오른 1348원50전에 마감했다. 지난해 11월 23일(1351원80전) 후 최고치다. 환율은 한때 1349원50전까지 뛰었다. 이날 환율은 달러 강세 영향을 받았다. 25일(현지시간)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연 4.5%를 넘어서며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여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장중 106.10까지 오르며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 20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긴축 장기화를 예고한 이후 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인덱스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한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전날보다 0.042%포인트 오른 연 4.054%에 마감하며 21일 기록한 연고점(연 4.031%)을 경신했다. 코스피지수는 32.79포인트(1.31%) 하락한 2462.97에 거래를 마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일종의 긴축 발작이 일어났다”며 “한국 주식과 채권·원화 가치가 트리플 약세를 보이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연내 1400원을 넘는 등 지난해와 같은 외환·채권시장 불안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26일 “원·달러 환율 상승을 촉발한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은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 기조 장기화 가능성 때문”이라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볼 정도로 치솟고 기대인플레이션(1년간 물가 상승률 기대치)이 오르면서 달러인덱스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Fed는 지난 20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최종 금리(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점)를 지난 6월과 같은 연 5.6%로 예상했지만 11, 12월 중 한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특히 내년 말 금리 예상치를 종전 연 4.6%에서 연 5.1%로 올렸다.

2024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우려가 불거진 점도 달러 강세를 부추겼다. 미 의회는 이달 말까지 12개 세출법안을 처리해야 하지만 이날까지 상·하원에서 가결된 법안은 없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이날 셧다운 사태가 벌어지면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