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3선·서울 중구·성동구갑)이 26일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병언 기자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3선·서울 중구·성동구갑)이 26일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병언 기자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에 친이재명(친명)계 홍익표 의원(서울 중구·성동구갑)이 선출됐다. 박광온 전 원내대표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책임을 지고 떠밀리듯 사퇴한 지 닷새 만이다.

홍 신임 원내대표는 당선 일성으로 “이 대표를 중심으로 내년 총선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했다. 비이재명(비명)계의 이 대표 퇴진 요구를 일축하고, 친명 중심의 현 지도부 체제를 옹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민주硏·정책위 의장 지낸 정책통”

민주당은 26일 의원총회를 열어 3선 출신인 홍 의원을 새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홍 원내대표는 김근태계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대표다.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 창립 멤버기도 하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원장, 정책위원회 의장 등을 지냈다.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민주당이 이 대표와 함께 하나의 팀이 돼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줄곧 비명계로 분류돼 왔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 대표와 경쟁한 이낙연 전 대표 캠프 정책총괄본부장을 지냈다. 하지만 이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인 지난 4월 친명계 지지를 등에 업고 원내대표 선거에 나섰다가 박 전 원내대표에게 패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김민석·남인순 의원(3선)과 경쟁했고, 남 의원과 결선 투표 끝에 최종 당선됐다.

홍 원내대표가 내리 3선을 한 지역구(중구·성동구갑)를 포기하고 내년 총선에서 험지(서초을)에 도전장을 내며 ‘선당후사’를 앞세운 점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세 후보 모두 ‘이재명 지킴이’를 자처하며 차별화 요인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친명계 초선 의원들의 지지를 받은 우원식 의원은 선거 당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친명계 한 초선 의원은 “홍 원내대표의 서초을 출마 선언이 당 중진 의원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줬다”며 “우 의원을 지지했던 표가 홍 의원에게 더해지며 당선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본다”고 했다.

노조법·방송법 놓고 여야 격돌 예상

홍 원내대표의 당선으로 확고한 친명 체제를 재정비한 민주당은 향후 정국을 ‘강대강’ 구도로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홍 원내대표는 취재진과 만나 “(국민의힘과) 협조할 것은 협조하되 반대할 것은 반대하겠다”며 “국회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예의가 부족한 정부·여당과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먼저 촉구한다”고 했다. 강경해진 민주당 원내 기류에 따라 이른바 ‘파업조장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방송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을 둘러싼 여야 진통이 예상된다.

이 대표의 원내 영향력도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 원내대표는 당내 계파 갈등과 관련해 “당대표의 지침을 받아 당이 통합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 대표 중심으로 원내 상황을 정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이전까지 공개해 온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총을 이날은 비공개에 부쳤다. 당 안팎에선 “후보 정견 발표까지 비공개로 한 ‘깜깜이 선거’”라는 지적이 나왔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