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불놓기' 지속 어려울 듯…제주시, 권고안 검토 후 대안 마련

환경파괴 논란이 일고 있는 제주들불축제를 유지하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숙의형 원탁회의 결과가 나왔다.

환경파괴 논란 제주들불축제…"유지하되 근본적 변화 필요"
들불축제의 존폐여부 등을 결정하기 위한 제주시 숙의형 원탁회의 운영위원회는 26일 오후 원탁회의 권고안 발표 브리핑을 열고 "오름불놓기가 테마인 제주들불축제가 '생태적 가치'를 중심으로 '도민참여'에 기반을 둔 '제주시민이 함께하는 축제로 재탄생'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생태적 가치에 부합하는 전환'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하고, 축제 기획과 운영에서 실질적인 주민참여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는 제주들불축제를 '생태적 가치와 도민 참여'라는 시각에서 출발해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뜻으로 축제의 하이라이트였던 대규모 오름 불놓기는 사실상 폐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5일까지 도민 1천514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제주들불축제 존폐 및 대안에 대한 제주도민 인식조사에서 '들불축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56.7%, '들불축제를 폐지해야 한다' 31.6%, '유보' 11.7%의 응답 결과가 나왔다.

지난 19일 도민 187명이 참석한 원탁회의 당일에는 '들불축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비율이 50.8%, '들불축제를 폐지해야한다'는 비율이 41.2%, '유보'의 비율은 8%였다.

여론 조사와 원탁회의에 참여자 조사에서 '들불축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소 많았다.

제주들불축제 변화를 위한 대안에 대한 질문에 '현행대로 유지' 의견이 30.5%,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새별오름 그대로 보존' 20.3%, '자연환경 보호와 산불 예방을 위해 오름 불 놓지 않기' 19.8%, '다른 축제를 개발해 추진' 18.2% 등의 의견이 나왔다.

환경파괴 논란 제주들불축제…"유지하되 근본적 변화 필요"
운영위는 "제주들불축제가 제주 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지키며 '생태·환경·도민참여'의 가치를 중심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며 "기후위기 시대에 도민과 관광객의 탄소배출, 산불, 생명체 훼손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대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또 "시대적 전환에 둔감할 수밖에 없었던 '관 주도 추진', '보여주기식 축제 기획'에 대해서는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주시는 운영위로부터 전달받은 권고안을 검토한 이후 대안을 마련해 추석 연휴 이후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1997년 시작된 제주들불축제는 소와 말 등 가축 방목을 위해 해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을 구제하기 위해 마을별로 불을 놓았던 제주의 옛 목축문화인 '방애'를 재해석한 문화관광 축제로 도민과 관광객의 인기를 끌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놓기 행사는 해발 519m의 새별오름 남쪽 경사면 26만㎡ 억새밭에 인화성 물질을 사용해 불을 놓고, 동시에 2천발의 불꽃을 터트려 논란의 중심이 됐다.

올해 예정됐던 오름 불놓기는 전국적인 산불 경보 발령과 환경오염 논란이 맞물리면서 전격 취소됐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 법조, 언론, 학계, 문화예술, 관광 등 다양한 분야 종사자들로 구성된 운영위가 조직돼 들불축제 존폐를 놓고 논의를 진행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