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에 젊은 상상력 가미…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줘"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이 1970년대 여공으로 살아가는 이야기
제11회 수림문학상에 김하율 '이 별이 마음에 들어'
연합뉴스와 수림문화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수림문학상의 올해 당선작으로 김하율(45)의 장편소설 '이 별이 마음에 들어'가 선정됐다.

제11회 수림문학상 심사위원단은 한 달간의 예심을 통해 본심에 올린 5편의 출품작을 심사해 '이 별이 마음에 들어'를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25일 발표했다.

상금은 5천만원이다.

'이 별이 마음에 들어'는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이 1978년의 대한민국에서 여공으로 살아간다는 이야기다.

70년대 말 서울 청계천 피복공장의 여공이 되어 지구 안착에 성공한 외계인 '호리하코키야'는 시다('보조'를 뜻하는 은어), 미싱사, 재단사를 거쳐 노동 교실에 가게 되고, 열악한 노동 현실과 차별 등 부당한 대우에 차츰 눈을 뜨게 된다.

시간을 건너뛰어 2023년의 택배 기사인 니나의 아들 '장수'를 통해서는 40년이 흘렀지만, 젊은이들에게 여전히 가혹한 현재의 노동 현실도 보여준다.

심사위원단은 당선작이 가진 읽는 재미와 안정적인 문장, 젊은 상상력, 트렌드를 수용하는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심사위원들은 먼저 수상작에 대해 "안정적인 문장으로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게 하는 힘이 있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이어 "끼니를 거르며 일을 하고, 노동 교실에서 공부하고, 누군가를 위해 고통을 감내하고 희생하는 이야기를 지금 세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으나 이 소설이 독자의 마음에 가닿을 수 있을 것이라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다"고 덧붙였다.

심사위원들은 또 "트렌드를 수용하는 작가의 능력이 향후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음은 물론"이라면서 "역사적인 이야기에 젊은 상상력을 가미해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준 작가의 수고에 박수를 보낸다"고 격려했다.

올해 심사위원으로는 소설가 성석제(위원장), 문학평론가 정홍수·신수정, 소설가 김혜나·김의경이 참여했다.

김하율은 1979년 서울에서 태어나 단국대에서 문예창작 전공으로 박사 과정까지 수학했다.

2013년 단편소설 '바통'으로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2021년에 첫 소설집 '어쩌다 가족'(폴앤니나)을 내놨다.

김하율은 연합뉴스와 진행한 당선자 인터뷰에서 "70년대 여성들의 노동 현실에 대한 자료들을 읽다 보니 조건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오늘날의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다시 한번 그런 현실을 내 소설로 환기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당대의 현실을 더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주인공을 외계인으로 설정했다"면서 "앞으로도 분명한 문제의식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전달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시상식은 오는 11월 중순 열리며, 당선작은 단행본으로 출간된다.

수림문학상은 소설 문학을 이끌 차세대 작가 발굴을 위해 2013년 연합뉴스와 수림문화재단이 공동 제정했다.

예비 작가와 등단 10년 미만의 기성작가의 미발표 장편소설만을 대상으로 한다.

역대 수상작은 제1회 최홍훈 '훌리건K', 2회 장강명 '열광금지 에바로드', 4회 김혜나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 5회 이진 '기타 부기 셔플', 6회 김의경 '콜센터', 7회 최영 '로메리고 주식회사', 8회 김범정 '버드 캐칭', 9회 지영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10회 이정연 '속도의 안내자'이다.

2015년(3회)에는 당선작이 나오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