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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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일하는 거야

입사 1개월이 되지 않은 A사원은 야근을 할만한 일이 없다. 업무 분장 상 채용과 승진 업무 담당인데, 채용과 승진 시즌이 아니기 때문에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지난 자료를 보는 수준이다. 팀의 선배들이 지원 요청을 하면 응해주고, 먼저 퇴근한다고 인사하고 정시 퇴근했다. A사원이 퇴근한 후 팀장이 팀의 부장과 차장을 불러 A사원이 일을 찾아 해야 하는데, 적극성이 부족하다며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의견을 묻는다.
담당 업무를 좀 더 부과하자, 멘토를 정해 팀 전체의 직무를 배울 수 있도록 하자, 도전과제를 부여하자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팀장은 자신이 면담을 하고 조치하겠다고 한 후 미팅을 마무리했다.

팀장은 A사원을 불러 회사 생활 전반에 대해 어떠냐는 질문을 했다.
A사원은 갑작스런 질문에 조금 당황하며 열심히 배우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불만은 없다고 했다. 팀장은 채용 및 승진은 특정 시기에 일이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은 여유가 있는 만큼 A사원이 다른 직무에 대한 학습, 개선 활동, 자료 정리 등의 일을 수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었다.
A사원은 자신의 업무가 아니더라도 업무를 부여하면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팀장은 A사원에게 1달의 여유를 주며, 도전과제를 수행하여 본부장에게 발표하라고 지시했다. A사원은 도전 과제란 무엇이며, 왜 수행해야 하며, 어떻게 해야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했다. 팀장은 A사원이 했던 질문에 대한 답변도 알아서 하라고 한다.
자신이 신입사원 시절에는 알아서 눈치껏 수행했다며, 하다가 어려우면 팀 선배들에게 물어보며 잘하라고 했다.

A사원은 알아서 눈치껏 하라는 말이 이해되지 않는다. 일을 지시할 때는 최소한 일을 하는 이유, 일의 방향과 목적은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알아서 눈치껏 하라는 말에 도전 과제에 대한 성격에 대해서도 질문할 수가 없었다.
팀의 바로 위 선배에게 도전 과제에 대해 물어보니, 자신은 하지 않았고, 도전 과제에 대해 모른다고 한다. 팀 최고참인 부장에게 물으니, 역시 알아서 하라고 한다.
팀장은 3일 후 월요일 오후에 과제 제안 발표를 준비하라고 한다.
A사원은 '나만 왜' 라는 의문에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책상을 정리하고 정시 퇴근했다.

어떻게 지시할 것인가?

무조건 알아서 하라는 시대는 지났다. 무에서 유를 창출하기 보다는, 지시를 내릴 때 수행하는 담당자 입장에서 명확한 지시가 되어야 일의 성과가 높을 것이다.
중간 관리자가 징검다리 역할을 하면 안된다. CEO의 지시 사항에 대해 본부장과 팀장이 ‘CEO 지시 사항’이라며 그대로 전달만 한다면 담당자는 힘들다.
담당자가 방향과 전략을 세워 추진 과제를 도출하고, 이를 어떻게 실행하는가 추진 계획을 만들어 보고하게 된다. 팀장과 본부장이 이를 CEO에게 보고했는데, 방향이 다르다고 질책을 하면, 담당자는 또 자신이 했던 고민과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지금까지 해왔던 알아서 눈치껏 하는 방식이다.

이보다는 본부장이나 팀장이 CEO의 의중을 파악하여, 몇 가지만 명확하게 지시하면 담당자는 매우 빠른 시간에 추진 계획서를 작성하고 곧 바로 실태 파악과 대안 및 최적안을 작성할 수 있다. 방향과 추구하는 목표를 알고 있기 때문에 수집 자료, 분석, 대안과 결정안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게 된다.
본부장과 팀장이 담당자에게 내려야 할 지시 사항에 포함될 내용은 무엇인가?

(1) 일의 배경과 의미이다. 이 일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가 명확해야 한다.
(2) 일의 바람직한 모습 또는 방향과 목표이다. 성과의 모습을 알려 주면 명확해진다.
(3) 일을 추진하는 큰 틀이다. 일의 큰 영역을 알면 앞만 보며 달릴 수 있다.
(4) 빼 놓으면 안되는 반드시 할 일을 명시해 주면 된다.

많은 담당자는 이러한 지시를 받게 되면 반드시 묻는 질문이 있다. 바로 마감이다.
언제까지 해야 하는가를 묻는다.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
담당자가 이런 어리석은 질문을 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
바로 그라운드 룰이다. 3일 이상 소요되는 일에 대해서는 반드시 1~2장의 추진계획서를 작성하도록 룰을 만들어 실행하면 된다. 추진 계획서에 자신이 생각하는 추진 일정에 대해 상사와 협의하면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상사가 불러 지시한 것은 가장 먼저 잘 마무리하는 것을 문화로 정착시키면 된다.

요즘 젊은 직원들은 일에 대한 열정이 없다고 걱정과 불만을 토로한다. 과연 그럴까?
혹시 직원의 열정을 식게 하는 지시를 내리는 무능한 조직장 또는 선배는 아닐까?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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