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깜깜이 전력'으로 단체전 8강행…"기본기·체력·파워 돋보여"
2002년 부산 대회 때 새 얼굴로 '금메달' 따내
[아시안게임] '정통파 탁구'로 돌아온 북한…항저우서 'AGAIN 2002' 이룰까
화려한 변칙 기술보다는 기본기와 체력, 힘으로 승부를 보는 정통파 탁구.
3년 만에 국제무대에 복귀한 북한 여자 탁구 대표팀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다.

북한은 23일 중국 항저우의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단체전 조별예선 C조 2차전에서 몰디브를 3-0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2연승을 달린 북한은 C조 1위로 8강에 올랐다.

중국이나 일본을 준결승부터 만나는 유리한 대진을 받게 됐다.

한국과는 결승까지 살아남아야 맞대결하는 대진이다.

북한은 2020년 1월 포르투갈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세계 단체 예선전 이후 국제대회에 나서지 않다가 이번 대회를 통해 복귀했다.

그런데 김송이, 차효심 등 3년 전까지 북한의 주력으로 나서던 선수들을 항저우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세대교체를 한 북한은 완전히 새로운 전열로 항저우에 와 강자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5명의 선수 모두가 2000년대생 어린 선수들이며, 국제대회 출전 경험은 거의 없다.

이미 '강호' 대만이 전날 조별예선에서 '깜깜이 전력'의 북한에 덜미를 잡혀 토너먼트를 16강부터 임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한국 지도자들은 북한이 이번 대회를 겨냥해 많은 준비를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아시안게임] '정통파 탁구'로 돌아온 북한…항저우서 'AGAIN 2002' 이룰까
오광헌 한국 여자 대표팀 감독은 "체력 훈련을 굉장히 많이 한 것 같다.

측면으로 빗겨오는 코스도 흔들림 없이 잘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북한의 신세대 선수들 모두 선배들이 구사한 '정통파 탁구'를 그대로 이어받은 것으로 보인다는 데에 한국 코치진들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한다.

오 감독은 "치키타(바나나 플릭) 등 세련된 기술은 없는 것 같다.

대신 힘을 이용해서 전진하는 탁구, 정석적인 '중국식 탁구'를 펼치고 있다"면서 "특히 백핸드가 인상적이다.

세계적인 선수들은 백핸드에 회전을 주는 게 보통인데, 북한은 회전 없이 힘으로 미는 '푸시' 방식의 백핸드가 굉장히 좋다"고 말했다.

유남규 한국거래소 감독은 "국제대회 경험은 없지만 기본기가 잘 돼 있다"면서 "전지희(미래에셋증권)와 신유빈(대한항공)을 제외한 한국 대표선수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본다.

북한을 상대하는 팀들은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북한과 더불어 중국, 일본이 8강에 선착했다.

이 네 팀이 그대로 4강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경기력이 인상적이지만, 중국이나 일본을 꺾고 결승까지 올라 은메달 이상의 성적을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일본 대표팀 코치를 지내 일본 탁구에 정통한 오 감독은 "북한이 중국을 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일본을 만난다면 65대 35 정도로 일본이 우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시안게임] '정통파 탁구'로 돌아온 북한…항저우서 'AGAIN 2002' 이룰까
유 감독은 "현재 북한 전력은 한국 대표팀과 맞대결했을 때 4대 6 정도로 밀릴 수준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북한 선수들의 구질 등이 세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이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지름 40㎜에 무게 2.7g의 작고 가벼운 공이 엄청난 회전과 함께 시속 200㎞를 넘나드는 속도로 테이블을 오가는 탁구는 매우 예민한 종목이다.

플레이 스타일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은 그대로 강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북한은 2002년 부산 대회에 이번처럼 '깜깜이 전력'으로 나서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

김향미, 렴원옥 등 이전까지 국제 무대에 모습을 많이 드러내지 않았던 선수들로 전열을 구성했는데, 승승장구하더니 결승에서 중국까지 물리치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북한 탁구의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이었다.

오 감독은 "북한 선수의 생소한 구질에 상대 팀이 빨리 적응하지 못한다면, 고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