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학 졸업장 위조 논란 소송전…"위조 드러나면 당선 무효될수도"
나이지리아 대통령의 정치적 명운, 美시카고 법원 손에…왜?
아프리카 최대 인구대국 나이지리아의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논란의 불똥이 미국 시카고까지 튀었다.

22일(현지시간) 법률전문매체 '시카고 데일리로뷸레틴'과 CBS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취임한 볼라 티누브(71) 나이지리아 신임 대통령과 그의 정적 아티쿠 아부바카(76) 전 부통령이 티누브 대통령의 시카고주립대학(CSU) 졸업장 진위를 놓고 미국 연방법원에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2월25일 치러진 나이지리아 대선에서 티누브 대통령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아부바카 전 부통령은 CSU에 티누브 대통령 관련 기록 공개를 요구하며 지난달 2일 연방법원 일리노이 북부지원(시카고 연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아부바카는 티누부 대통령이 대선에 앞서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CSU 졸업장이 위조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위조 사실이 드러나면 나이지리아 법에 따라 당선이 무효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티누브 대통령은 아부바카가 소장을 제출한 바로 다음날 "소송에 당사자로 참여하게 해달라"는 청원을 냈고 법원이 이를 승인하면서 나이지리아 밖 법정에서도 싸움이 시작됐다.

나이지리아 부통령(1999~2007)을 지낸 민중민주당(PDP) 소속 아부바카는 나이지리아에서 '대선 결과 조작'을 주장하며 선거 무효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항소법원에서 기각 판결이 내려졌으나 아부바카와 PDP는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나이지리아 대통령의 정치적 명운, 美시카고 법원 손에…왜?
시카고 연방법원 제프리 길버트 예심판사는 지난 19일 CSU에 "특별 보호가 필요한 문서가 아니면 이틀 내에 아부바카 측에 제공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티누부 대통령 측이 "지방판사의 리뷰가 필요하다"는 요구를 해 지난 21일 낸시 말도나도 판사가 긴급 심리를 열고 길버트 판사의 결정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말도나도 판사는 티누브 대통령과 아부바카 전 부통령 양측 변호인들에게 "오는 28일까지 추가 진술서를 받겠다"며 "나이지리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소송의 법적 시한을 고려해 가능한 한 빠른 판결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티누부 대통령은 1970년대에 미국 시카고로 유학와서 1979년 CSU에서 회계학 전공으로 학사 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부바카 전 부통령은 "티누부 대통령 졸업장 사본에 나타난 발행일·글꼴·문장부호·인감·서명 등이 다르다"며 "CSU 직원 중 누군가가 위조에 가담했거나 위조 사실을 눈감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CSU는 티누부 대통령의 졸업을 사실로 확인하면서 "법원의 최종 결정이 내려지면 기록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있다.

입학허가서·성적증명서·학점이수 기록 등을 갖고 있으나 졸업장은 공식적인 학사 기록이 아니고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의례용 문서이기 때문에 원본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외국에서 벌어진 정치 분쟁 때문에 상당한 비용을 지출해야 하고 평판에 해를 입게 됐다"며 "때때로 특정 학생의 학사 기록 공개를 요청받지만 연방법(Family Educational Rights and Privacy Act)은 개인정보 보호차원에서 공개될 수 있는 내용을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