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의 작심 발언…"난파자 구조는 인류의 의무"
프란치스코 교황은 22일(현지시간) "익사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구조하는 건 인류의 의무이자 문명의 의무"라며 이주민 문제에 대한 각국의 무관심을 비판했다.

이날부터 23일까지 이틀간 일정으로 프랑스 지중해 항구 도시 마르세유를 찾은 교황은 바다에서 실종된 선원과 이주민을 추모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교황의 이번 방문은 몇 달 전 예정돼 있었으나 지난주 이탈리아 람페두사섬에 1만명 넘는 이주민이 몰려든 일을 계기로 유럽의 이주민 문제가 다시 논쟁거리로 떠오르면서 더 주목받았다.

평소 이주민 문제와 관련해 "지중해가 세계 최대의 공동묘지가 됐다"고 한탄해 온 교황은 이날 '작심 발언'들을 쏟아냈다.

교황은 "난파선을 사회면 뉴스 기사로, 바다에서의 죽음을 숫자로만 생각하는 데 익숙해져선 안 된다"며 "난파선은 산산조각 난 삶과 산산조각 난 꿈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어 "가슴에 품고 있던 희망을 잃고 수장된 수많은 형제자매가 생각난다"면서 "이 웅장한 바다는 분쟁과 빈곤, 환경 재앙을 피해 도피한 수많은 사람의 거대한 무덤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2014년 이후 2만8천명 이상이 바다에서 실종된 것으로 보고됐다.

교황은 "우리는 인간이 협상 카드로 취급받고, 감금되고, 잔혹한 방식으로 고문당하는 것을 보고 체념할 수가 없다. 더 이상 끔찍한 인신매매와 극단적인 무관심으로 인한 난파선의 비극을 지켜볼 수 없다"며 "파도에 버려져 익사할 위험에 처한 사람들은 반드시 구조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교황은 준비한 발언에 덧붙여 이주민을 구조하는 인도주의 단체에 특별히 감사를 표했다. 이어 이들의 구조를 막으려는 시도는 "증오의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AP통신은 이탈리아가 기술 위반을 핑계로 구조선을 종종 압수하는 점을 꼬집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황에 앞서 이주민 추모에 나선 장 마크 아벨린 마르세유 대주교도 "비정부기구와 이 해역을 항해하는 민간 선박이 난파된 사람들을 돕는 것을 정치 기관이 금지한다면 이는 심각한 범죄이자 국제해양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 역시 이탈리아 정부가 도입한 규정을 겨냥한 것으로, 이탈리아 정부는 인도주의적 구조선이 구조활동에 나선 이후 수색·구조 해역에서 멀리 떨어진 항구로 돌아오도록 요구하고 있다. 구조 작업에 활발히 나서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이날 교황의 발언은 이탈리아뿐 아니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이 이주민 문제에 있어 무관심과 이기주의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최근 프랑스는 이탈리아에서 이주민이 넘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국경 경비를 강화했고,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은 공개적으로 이탈리아 람페두사섬에 온 이주민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독일 역시 이탈리아에 도착하는 이주민을 분배받는다던 계획을 잠정 중단했다.


조시형기자 jsh1990@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