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주요 협력사 퀄컴은 상하이서 정리해고 나서 대조
인텔 '中맞춤용' AI반도체 '가우디2' 대박…"TSMC에 발주 늘려"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자국의 대중국 제재를 피해 중국 시장 맞춤용으로 내놓은 인공지능(AI)용 반도체 '가우디2'가 대박을 터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대만 디지타임스를 인용, 지난 7월 중국에서 출시된 '가우디2'의 수요가 치솟으면서 인텔이 최근 해당 칩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에 발주를 늘렸다고 전했다.

디지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인텔이 TSMC에 발주를 늘린 사실을 전하며 중국에서 가우디2의 수요가 엄청나게 확대됐다고 보도했다.

인텔과 TSMC는 중국 본토에서의 최근 매출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디지타임스의 보도에 대한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달 초 인텔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한 콘퍼런스에서 가우디 칩을 찾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가우디2는 인텔이 엔비디아가 장악한 AI용 반도체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중국 맞춤용 칩으로 미국의 제재 대상이 아니다.

인텔은 7월 베이징에서 연 가우디2 출시 행사에서 "가우디2는 진입 장벽을 낮추고 중국 본토 고객들의 AI 사용 역량을 높이기 위해 설계됐다"며 "이는 중국의 AI 미래 구축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8월 미국 상무부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반도체를 사용할 위험이 있다며 엔비디아와 AMD에 관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그 결과 엔비디아의 A100과 그 업그레이드 버전인 H100의 중국 수출에 제동이 걸렸다.

GPU는 챗GPT 같은 생성형 AI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칩으로 엔비디아는 세계 AI용 GPU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에 엔비디아는 A100과 H100의 데이터 전송 속도 등 성능을 낮춘 중국 수출용 버전인 A800과 H800을 내놓았다.

그러나 중국에서 챗GPT 대항마 개발 열풍이 불면서 중국 기업들이 A800과 H800을 제때 구하기도 어려워졌고, 이에 중국에는 관련 반도체 암시장도 형성됐다고 앞서 SCMP는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텔은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인텔은 총매출의 27%를 중국 시장에서 거뒀다.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앞다퉈 '중국판 챗GPT' 개발에 뛰어든 가운데 미국의 제재로 관련 반도체의 선택지는 좁아지면서 가우디2가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 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현재 중국에는 매개변수(파라미터)가 10억개 이상인 대규모언어모델(LLM)이 최소 79개 있다.

파라미터는 AI가 딥러닝을 통해 학습한 데이터가 저장되는 곳으로, 일반적으로 파라미터가 많을수록 기능이 더 뛰어나다.

GPT-3의 파라미터는 1천750억개, 구글 바드의 파라미터는 1천370억개다.

한편, 미국의 스마트폰용 반도체 칩 설계·공급업체인 퀄컴은 상하이 사무소에서 정리해고를 진행하며 인텔의 '대박'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SCMP는 차이나비즈니스뉴스를 인용, 중국에서 크게 사업을 벌여온 미국 회사 중 하나인 퀄컴이 지난 21일 상하이 사무소에서 정리해고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퀄컴은 정리해고 규모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사무소 폐쇄나 철수로 이어질 만큼의 대규모 감원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퀄컴이 상하이의 연구·개발(R&D) 시설에서 수십명을 내보내면서 퇴직금을 넉넉히 챙겨주고 있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퀄컴 상하이 사무소의 한 직원은 SCMP에 정리해고가 이미 진행 중이지만 규모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애플의 주요 공급사인 퀄컴은 중국 12개 도시에 사무소를 두고 반도체와 이동통신 사업을 펼쳐왔다.

그러나 퀄컴은 지난달 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거시경제와 수요의 불확실성이 계속됨에 따라 하반기 인력 감축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퀄컴에 앞서 지난 3월에는 미국 시스템반도체 전문기업 마벨 테크놀로지가 반도체 산업 둔화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에서 R&D 팀 전원을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마벨은 지난해 10월에는 상하이와 청두에 있는 여러 부서를 축소하거나 없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