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서 북한 인권 행사…"中 임시거주등록제로 탈북자 감시·열악한 처우"
"중국 내 탈북여성 87% 자녀 있어…강제분리·인권사각 노출"
중국에 있는 탈북 여성은 대다수가 자녀를 두고 있지만 반인권적인 북송 조치로 자녀와 강제분리되거나 당국의 삼엄한 감시 속에 취약한 인권 현실에 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3국에서 자녀를 잃어버린 탈북 여성들을 돕는 단체인 통일맘연합회는 22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 사무소 E빌딩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부대행사 '북한의 인권' 포럼에서 중국 내 탈북 여성 221명의 인권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2020년부터 3년간 이뤄진 이번 조사에 따르면 탈북 여성 221명 중 87%는 자녀가 있다고 응답했다.

79%는 중국에 평균 1.4명의 자녀를, 36%는 북한에 평균 1.4명의 자녀를 둔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과 북한에 모두 자녀가 있는 탈북 여성은 28%로 파악됐다.

탈북자 출신인 통일맘연합회 김정아 대표는 이날 "탈북 여성은 중국 당국의 강제북송 조치로 아이와 분리되는 사례가 많으며, 이 경우 아이들은 시설에 맡겨지거나 또 다른 인신매매의 희생양이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저 역시 2006년 인신매매를 당해 중국 가정에 들어갔고 북한에서 임신했던 딸을 중국에서 낳았다"며 "미등록체류자라는 제 신분 때문에 딸은 중국인 남편의 호적에 입양아로 등록됐고, 저는 양육권을 잃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2009년 한국에 들어온 뒤 아이와 재회하기 위한 시도를 해마다 했지만 14년간 딸의 목소리나 사진조차 접할 수 없었고 생사도 모른다"며 "이런 경험을 계기로 탈북 여성 인권 운동에 10년간 헌신해왔다"고 말했다.

통일맘연합회는 중국 공안당국이 탈북 여성에게 발급하는 '임시거주등록증'이 체류 안정성을 보장한다기보다 해당 여성과 자녀를 취약한 인권 현실에 가두는 결과를 낳는 기만적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조사 대상 탈북 여성 221명 중 81%는 중국 공안당국이 강제북송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서 임시거주 등록을 유인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임시거주등록이 협박과 회유, 강요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임시거주 등록을 한 탈북 여성들은 매달 2∼3회 공안당국에 의해 자신의 휴대전화를 조사받는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이는 한국과 전화 통화나 문자메시지 교신 등을 하는지 등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탈북 여성들은 말했다.

중국 남편이 아침마다 아내의 사진을 찍어 공안에 제출하는 등 삼엄한 통제가 이뤄진다는 증언도 있었다.

임시거주 등록자는 버스·택시만 탈 수 있고 항공기나 기차는 이용할 수 없으며 의료서비스조차 받을 수 없다고 조사 대상 탈북 여성들은 말했다.

심지어 북송을 안 하겠다는 약속마저 파기된 사례도 있다고 통일맘연합회는 전했다.

이 단체는 중국 지린성에 임시거주등록을 했던 북한 여성이 북송 조치에 따라 북한과 국경 인근의 수용소로 이송된 사실을 지난 7월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 20년간 침묵 속에 북한의 인권유린 정책에 동조해온 중국은 유엔 인권이사국으로서 인권 개선을 위한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며 "중국 남편과 자녀를 둔 여성만이라도 강제북송 대상에서 제외해 비극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국적의 탈북자 티모시 조씨는 이날 "중국은 탈북자 송환을 멈추지 않았고 그 결과 수용소에 갇혀 고문을 당하거나 처형당한다"면서 "중국 당국과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대화의 장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조씨는 탈북과 강제북송, 재탈북, 4차례의 수감생활을 겪은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다.

재탈북 후 중국에서 또다시 체포된 그는 북송 후 처형될 위기를 앞두고 국제사회의 도움을 얻어 필리핀으로 추방됐다고 했다.

윤성덕 주제네바 한국대표부 대사는 이날 "정부는 올해 북한 사실조사위원회 설립 10주년을 기념해 제네바와 뉴욕, 서울에서 북한 인권 관련 국제행사들을 열고 북한인권보고서를 처음 발간하는 등 북한 인권실태에 관한 국제사회의 인식을 제고했으며 앞으로도 이런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