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수 오픈소스랩 대표가 특허 제품인 동결건조 김치 블록을 설명하고 있다.  /박상용 기자
박진수 오픈소스랩 대표가 특허 제품인 동결건조 김치 블록을 설명하고 있다. /박상용 기자
“K푸드 업계의 하이브가 되겠습니다.”

박진수 오픈소스랩 대표(45)는 22일 서울 화곡동 오픈소스랩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방탄소년단(BTS)으로 K팝 전도사가 된 기획사 하이브처럼 한식을 해외에 널리 알리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2021년 설립된 오픈소스랩은 K푸드 연구개발(R&D) 솔루션 기업이다. 외국인들이 김치, 떡볶이 같은 한식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개발해 유럽, 일본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박 대표는 “세계인에게 한식의 맛을 열어주는 열쇠가 되고 싶다”며 “우리의 브랜드명도 스푼(spoon)과 열쇠(key)를 합성한 스푼키”라고 설명했다. 오픈소스랩의 대표 제품은 국산 김치를 직화솥에서 120도로 볶은 뒤 동결건조한 김치 블록 ‘김치V’다. 네모난 김치 블록에 따뜻한 물을 붓기만 하면 곧바로 볶음김치가 완성된다.

박 대표는 “김치 블록은 일반 김치에 비해 부피가 작고 냄새가 나지 않는다”며 “여행객과 외국인에게 인기가 좋다”고 했다. 이 김치 블록에는 프로바이오틱스(장에 이로운 유산균)가 살아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는 “외국인들이 김치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유산균인데 김치를 뜨겁게 볶는 과정에서 모두 사멸한다”며 “볶음김치를 저온 건조하는 과정에서 프로바이오틱스를 첨가하는 기술로 특허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김치 블록은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다. 회사 설립 1년 만인 지난해 독일 수출을 시작했다. 독일의 밀키트 업체가 수입해 김치전, 김치볶음밥, 라면 등 밀키트에 포함해 판매 중이다. 올해 상반기엔 일본에 진출했다. 일본 식품 슈퍼마켓 체인인 ‘마루에쓰’에 입점했으며 다른 슈퍼마켓 체인인 ‘라이프’, ‘기노쿠니야’를 비롯해 백화점, 드러그스토어에 입점을 준비 중이다. 박 대표는 “수출이 늘면서 매출이 작년 대비 다섯 배가량 증가했다”고 했다.

외국인들은 김치 블록을 다양한 요리에 활용하고 있다. 박 대표는 “독일 사람들은 호밀빵에, 일본인들은 라멘·우동·카레·오코노미야키·오니기리 등에 김치 블록 가루를 뿌려 먹는다”며 “올 하반기에는 러시아와 미국 수출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새로운 K푸드도 선보일 예정이다. 박 대표는 “국산 인삼이 들어간 후추를 출시할 계획”이라며 “고기와 가금류를 많이 먹는 서양인을 겨냥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식이 세계로 뻗어나가려면 이처럼 외국인의 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가 자체 제품만 개발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식품 기업과 함께 혁신적인 K푸드도 기획·개발 중이다.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김치 떡볶이’,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국산콩으로 만든 비건(채식주의) 다시다, 미국 현지 기업과 함께 개발한 ‘치킨 양념’ 등이 대표적이다. 박 대표는 “5년 내에 세계적인 K푸드 10개 이상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 대표는 한경국립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다가 셰프의 길을 걷기 위해 자퇴했다. 군 제대 후 양식 조리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서울 청담동의 한 이탈리안 다이닝 레스토랑에 들어가 2년여간 요리를 배웠다. 오산대에서 호텔조리학을 전공하고, 한국방송통신대에서 식품영양학을 공부했다. 2011년부터 오픈소스랩 창업 직전까지 10여 년간 중견 식품첨가제 업체에서 근무하며 식품 연구 경험을 쌓았다.

박상용 기자
제작 지원=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