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임대철 한경디지털랩 기자
사진=임대철 한경디지털랩 기자
상승세를 타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미끄러지고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재차 부각되며 투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의 수혜가 예상된다며 목표주가를 대폭 높이고 있다.

◆‘6만전자’ 돌아간 삼성전자

21일 삼성전자는 1.01% 내린 6만8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1.27% 내린 11만65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7만원 선을 회복하기도 했으나 최근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6만전자’로 돌아갔다. SK하이닉스도 이번 주 5% 하락하며 한 달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기관 투자가의 폭탄 매도가 주가를 끌어내렸다. 최근 4거래일 동안 기관은 삼성전자를 5069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는 516억원을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는 외국인이 최근 4거래일 1604억원을 팔아치우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이 기간 기관은 55억원을 순매도했다.

업황 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 미국 금리 상승 등이 얽히며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는 분석이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삼성전자 같은 대형주가 오르려면 외국인 자금이 한국에 들어와야 하는데, 미국 금리가 급등하면서 투자금 유입이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연 5.19%까지 올랐다. 김 대표는 “미국 채권의 수익률이 높아지면 외국인 입장에서 신흥국 주식시장에 투자할 유인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목표가 21만원 등장

외국계 기관들은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AI 관련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급성장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골드만삭스는 HBM 시장이 연평균 64% 속도로 성장해 2025년 100억달러(13조38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날 모건스탠리는 SK하이닉스 목표가를 기존 17만원에서 21만원으로 높이고 ‘비중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종가 대비 상승 여력은 80%에 달한다. 국내 증권사(평균 14만원)는 물론 해외 다른 IB와 비교해도 가장 높다. 이날 골드만삭스도 SK하이닉스 목표가를 16만원으로 제시하고 ‘매수’ 의견을 밝혔다. 지난 7월 말 목표가는 15만5000원이다.

IB들은 HBM 경쟁력을 근거로 들었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대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드는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HBM이 SK하이닉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5%에 불과하지만 2025년에는 16%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 목표가도 9만3000원으로 높이고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 7월 말 목표가는 8만8000원이었다. 삼성전자가 HBM 분야 후발주자지만 2025년께 SK하이닉스를 따라잡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전 세계에서 HBM을 턴키 방식으로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은 삼성전자”라고 언급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주가 회복의 단기 변수는 AI 이외 분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직 두 회사 반도체 매출에서 스마트폰, PC 등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