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사진=뉴스1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사진=뉴스1
국내 증시가 미국의 긴축 기조 장기화 우려 속 급락했다.

21일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44.78포인트(1.75%) 하락한 2514.96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2520선을 밑돈 건 지난달 25일(2519.14)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64억원, 7213억원어치 팔아치운 반면 개인은 홀로 7670억원어치 사들였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은 모두 파란불을 켰다. 이날은 이차전지와 반도체 관련주의 낙폭이 컸다. 전날 뉴욕증시에서 국채금리 상승에 기술주 중심으로 하락세가 짙었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2.5%), POSCO홀딩스(-2.86%), LG화학(-4.72%), 삼성SDI(-4.44%) 등은 2~4%대 약세를 보였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장주는 1% 넘게 내렸다. 금리에 민감한 국내 대표 성장주 네이버(-3.45%), 카카오(-3.08%)도 3% 이상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도 급락했다. 지수는 전장 대비 22.04포인트(2.5%) 빠진 860.68을 기록했다. 지수가 860선으로 떨어진 건 지난 7월 10일(860.35)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135억원, 2544억원 순매도했고, 개인이 홀로 377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코스닥 시총 상위단도 대체로 하락한 가운데 에코프로비엠(-2.75%), 포스코DX(-3.14%), 엘앤에프(-4.17%) 등 이차전지 소재 등 관련주가 유독 부진했다. 반면 에코프로(1.89%)는 2% 가까이 오른 97만1000원을 기록해 최근의 낙폭을 딛고 100만원선에 다가섰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긴축 기조 장기화 우려에 아시아 증시 전반이 약세를 보였다"며 "원달러 환율이 장중 10원 넘게 급등하면서 안전 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됐고, 이는 증시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외국인의 현·선물 매도세 확대되며 코스닥 지수는 장중 2%대 급락했다"며 "특히 미 중앙은행(Fed)의 매파적 기조에 따른 미국 증시 기술주 급락 여파에 반도체, 이차전지 관련주의 하방 압력이 확대됐다"고 부연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9.6원 오른 1339.7원을 기록했다. 장중엔 1340원대를 웃돌았다. 환율이 장중 고가 기준 1340원을 넘어선 건 지난 8월 23일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20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하락했다. Fed가 예상대로 금리를 동결했지만, 여전히 높은 물가 수준에 추가 인상을 예고하자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0.22%, S&P500지수는 0.94%, 나스닥지수는 1.53% 각각 떨어졌다.

Fed는 금리를 현행 5.25~5.5%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대로였다. 하지만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Fed가 새로 내놓은 점도표(금리전망표)에 따르면 올해 금리는 0.25%포인트 인상돼 5.5~5.7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필요하다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적절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를 보고 싶다"며 "인플레이션이 완화했으나 2% 목표까지 갈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