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행위 중단 합의…자치군 무장해제 등 놓고 회담 예정
아제르, 아르메니아계 자치군과 휴전…분쟁지역 통합 논의(종합)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영토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한 지 하루 만에 사태가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 내 아르메니아계 자치세력은 2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러시아 평화유지군의 중재를 통해 이날 오후 1시를 기점으로 적대행위를 완전히 중단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아제르바이잔 정부 관계자들은 이 같은 휴전 합의가 이뤄진 사실을 확인하면서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재통합하기 위한 회담이 21일 아제르바이잔 예블라흐에서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관계자들은 이 회담에서 아르메니아계 자치군의 무장을 해제하고 아르메니아 군대와 군사장비를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철수하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아르메니아 정부는 이날 합의에 관여하지 않았고 나고르노-카라바흐에 자국군을 두지도 않았다는 입장이다.

무력 충돌은 아르메니아계 자치세력과 아제르바이잔 사이의 문제였을 뿐이라며 선을 그은 셈이다.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 측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휴전 합의 선언문 초안 작성에 아르메니아는 참여하지 않았다"면서 "분리주의자들이 통제하는 지역에 아르메니아 군대가 없다"고 밝혔다.

아제르바이잔 국방부는 전날 '대테러 작전'을 벌인다며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 포격을 가했다.

같은 날 이 지역에서 아제르바이잔 군인과 민간인 2명이 지뢰 폭발로 사망한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다.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이 지역 내 아르메니아 측 자치군 시설·장비를 정밀 타격했다고 주장했지만 민간인 피해가 속출했다는 증언이 뒤따랐다.

아르메니아 인권 옴부즈만인 아나히트 마나시안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포격으로 32명이 사망했고 200명 이상 부상했다"며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 2명을 포함해 민간이 7명이 있다"고 전했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은 국제적으로는 아제르바이잔의 일부로 인정되지만, 아르메니아인들이 대거 거주하고 있다.

아르메니아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자치군이 활동하고 있어 무력 분쟁이 자주 발생한다.

양국은 이 지역에서 2020년 6주간 무력 분쟁을 벌인 바 있다.

수천 명이 숨진 뒤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한 러시아의 중재로 정전에 합의했지만, 이후에도 무력 충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양측의 합의가 무색해진 사례는 그 이전부터 있었다.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은 1991년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 독립공화국을 선포했지만 아제르바이잔이 이를 승인하지 않으면서 무력분쟁이 발생했고, 양측은 1994년 약 3만명가량의 전사자를 낳은 뒤 휴전했다.

그럼에도 이 지역에서는 약 200명의 사망자가 나온 2016년 분쟁을 포함해 크고 작은 교전이 벌어졌다.

충돌 발생 하루 만에 나온 이날 휴전 합의는 아제르바이잔과 자치세력 사이에서 이뤄진 것이지만, 잦은 분쟁으로 '캅카스의 화약고'로도 불리던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무장해제와 재통합 문제를 논의하게 된다는 점에서 추이에 관심이 쏠린다.

만약 아제르바이잔이 원하는 대로 아르메니아계 자치세력이 모든 군사수단을 포기하고 지역 통합에 협조한다면 나고르노-카라바흐 일대의 무력분쟁 소지는 크게 줄겠지만, 쟁점이 타결되지 않으면 이 지역의 안보 불안 상태는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