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대출금리도 상승하고 있다. 회사채 발행 금리가 오르자 채권 발행이 막힌 중견기업까지 은행 대출 창구를 찾고 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코로나19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종료로 취약 차주의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어 은행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대출 금리 오름폭 가팔라

中企·자영업 대출금리 '쑥'…부실 우려 커진다
2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이 지난 5~7월 취급한 중소기업 물적담보대출 평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5.28~5.50%로 4~6월(연 5.22~5.45%)보다 금리 상·하단이 모두 올랐다. 같은 기간 개인사업자 물적담보대출 평균금리도 연 5.28~5.42%에서 연 5.35~5.47%로 올라 상·하단 금리가 모두 높아졌다.

최근 1년간 기업대출 금리 상승폭은 가계대출의 네 배를 웃돈다. 한국은행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 예금은행의 기업대출 평균금리는 연 5.17%로 1년 전(연 4.04%)보다 1.13%포인트 뛰었다.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같은 기간 연 4.53%에서 연 4.8%로 0.27%포인트 올랐다.

고금리 장기화 기조로 중소기업의 은행 대출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5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 1월 말 598조1211억원에서 8월 말 618조849억원으로 3.34%(19조9638억원) 불어났다.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도 연초보다 5조원 넘게 증가했다.

최근엔 회사채 금리마저 연 5%를 웃돌면서 중견기업들도 은행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신용등급 ‘A0’(무보증)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연 5.561~5.576%로 집계됐다. 5월 11일 연 4.914~4.964%까지 내려왔다가 4개월 만에 0.5%포인트 넘게 올랐다.

지난달부턴 초우량채인 은행채 발행마저 늘고 있어 회사채 발행이 사실상 막힐 처지에 놓였다. 5대 은행이 지난달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8조4200억원으로 7월(4조8800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이달 은행채 발행액도 7조원을 웃도는 등 연말까지 상환보다 발행이 많은 순발행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금융권에선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레고랜드발 자금 경색으로 작년 9~11월 불어난 116조원 규모의 정기예금 만기가 돌아오면서 은행들의 자금 조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중소기업 파산 신청 역대 최대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등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부실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 집계 결과 7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39%로 한 달 새 0.04%포인트 상승했다. 대기업대출 연체율(0.12%)은 전달보다 0.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지만 중소기업대출 연체율(0.49%)과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0.45%)은 전월에 비해 각각 0.06%포인트와 0.04%포인트 뛰었다.

연말까지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내수 회복이 더디면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를 다 갚지 못하는 이른바 ‘한계기업’이 증가해 은행 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올 2분기까지 법인 파산 신청은 724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대출 만기 연장, 상환 유예 지원 중 부실 가능성이 큰 이자 상환 유예 잔액이 1조1000억원 남아 있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자 상환 유예는 차주가 원금은 물론 이자도 갚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